붕따우 파라다이스 골프장 라운딩 소감
지난 주 붕따우로 골프 여행 1박 2일을 다녀왔습니다. 호치민 교민사회에서 오래 알고 지내던 동연배 친구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 있었는데 이제 곧 7순이 되는 시니어들의 모임입니다.
매달 한번씩 모이는 정기모임을 주로 정산 골프장에서 하곤 했는데, 이는 정산 골프장이 시니어 골퍼에게 회원 못지 않은 특별한 가격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매번 같은 골프장에서 하는 게 심심한지라, 이달에는 코로나로 관광객이 줄어든 붕따우 파라다이스 골프장에서 하기로 하고, 붕따우에서 자리 잡고있는 우리 모임의 한 명이자 호찌민 평통 자문위원장으로 있는 박남종 위원장의 초대로 다녀왔습니다. 붕따우는 예전부터 호찌민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으로 호찌민 시민들의 가장 친근한 해변으로 널리 애용되던 곳입니다.
약 20여년 전 베트남 진출 초기에는 해변 모래밭에는 비치 파라솔대신 무허가 판자촌이 그득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말끔하게 정비되어 해변을 따라 넓은 도로와 멋진 호텔들이 들어서 있는 동남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로 변모되어있습니다. 봉따우는 관광지로서의 천혜의 요소들을 구비하고 있는 곳입니다. 구글 지도를 찾아보면 북동에서 남서으로 길게 뻗은 반도 끈에 자리한 붕따우는 그 중심에 민담산( Minh Dam )있고 그 정산에는 예수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브라질의 예수상을 본따 만든 형상인 듯한데, 붕따우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의 필수 방문 장소가 되어있습니다. 그 장소가 명소가 된 이유는 산 정상부근의 깊은 동굴과 그 안에서 전쟁을 치른 전사들의 흔적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역사적 사실 외에도, 산 정상에 올라가면 새벽에는 일출을 그리고 저녁에는 일몰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같은 장소에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으며 더불어 아름다운 해변까지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흔치 않습니다. 이런 붕따우 만 갖고 있는 지역의 특색을 홍보하여도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텐데 정작 그런 지역 특색을 소개하는 관광 포스터는 본 기억이 없어 좀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박 위원장의 초대로 무려 9명의 6학년 졸업생들이 모여 오랜만에 초등학생 소풍 다녀오듯이 들 뜬 마음으로 봉따우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골프장에서 골프도 치고 해변에 위치한 le SERINA 라는 프랑스식 식당에서 멋진 해물요리로 입을 호강시키고 돌아왔습니다. 박 위원장이 호찌민에서 온 벗들을 위해 좀 거하게 준비를 한 것입니다.
붕따우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골프장은 아마 베트남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골프장 중 하나인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역사에 비해 골프장의 상태는 칭찬받을만 하지 않습니다. 워낙 바닷바람이 많이 불어와 관리가 힘들겠구나 하는 이해를 하지만, 페어웨이의 상태나 기타 부대시설은 20여년 전과 다름 없이 여전하여 관광지 골프장으로는 좀 미흡한 편입니다. 그런데도 그린피는 호찌민의 웬만한 골프장 못지 않게 비쌉니다. 단지 골프만을 치기 위함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그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맛보며 공을 치고 싶다면 한번 정도 가볼만 하다는 수준입니다.
예전에 호찌민에서 붕따우를 가려면 약 4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요즘은 도로가 넓어지고 일부 구간이 고속도로가 생겨 넉넉 잡아도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가는 중간 중간에 공안의 속도 측정기가 난사되고 있으니 운전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다녀온 붕따우 파라다이스 골프장 라운딩의 소감을 말한다면, 붕따우의 여러가지 환경이 좋아지긴 했지만 유일하게 주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골프장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기로는 대만 사업가가 주인이라고 하는 데 좀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해 보입니다.
골프 여행
골퍼들에게 여행은 항상 골프장을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왜 그럴까요? 축구나 야구 테니스 동우회가 있다고 합시다. 그들이 여행을 갈 때 자신들이 즐기는 운동의 구장을 확인하고 그것을 감안하며 떠날까요?
그렇지 않겠죠. 왜냐하면 골프를 제외한 모든 다른 운동의 구장은 완벽하게 규격화되어 어디를 가나 다른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골프장은 규격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모든 골프장은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고 디자인 역시 각자 다릅니다. 단지 한 라운드를 18홀로 한다는 것만 같을 뿐이지 전 세계 수십만의 골프장 중에 똑 같은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바로 이 포인트가 골퍼들을 여행으로 몰아갑니다. 언제나 새로운 골프장에서 새로운 감각을 느끼며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정산 골프장에서 특혜를 누리며 치다가도 이렇게 장소를 바꾸는 이유도 바로 전혀 다른 디자인의 골프장에서 새로운 맛을 느끼고 싶었던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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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와 골프와의 관계는 마치 바둑을 둘 때
마주하는 최후의 패를 남긴 상황인 듯합니다.
제가 이 패를 지면 돌을 접는 것이고,
이겨야 간신히 계가가 되는 손해 패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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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의 골프장을 돌아보면 그 곳의 특징이 보입니다. 날씨나 주변환경에 따른 특색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또한 캐디들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적 차이도 느낄 수 있습니다.
붕따우 골프장의 캐디는 의외로 북쪽 지역의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즉 북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 지역이 가스 생산지다 보니 외부에서 많은 인력이 유입되었다는 것으로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골프 여행은 단지 골프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니 골프들은 시간만 나면 골프채를 싸들고 골프를 치러 간다는 미명하에 문화 탐방 여행을 즐기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도 많은 골프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20여년 전 베트남 입국 초기에는 베트남에 존재하는 골프 코스는 호찌민의 송배 골프장과 달랏의 파라다이스 골프장 정도였죠. 그러다 몇년 후에 투득에 있는 베트남 골프컨트리 클럽이 생겨나면서 베트남에서도 골프를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그 후 20여년이 지나자 이제는 웬만한 도시에는 골프코스가 한 두개씩은 자리하면서 베트남의 골프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못 가본 골프장이 부지기수 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전국의 골프장 순례를 하며 베트남 골프장에 대한 총체적 가이드를 하나 만들어 볼까 싶기도 한데, 현실적으로 실행이 쉽지 않습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시들해진 것이 엉덩이를 무겁게 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여행을 같이 할 친구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한동안 소훌했던 골프가 저를 응징하는 듯합니다. 최근 다시 골프에 손을 내밀어 보는데 쉽게 마주 잡아주지 않네요. 시간이 좀 필요한 듯합니다.
요즘 저와 골프와의 관계는 마치 바둑을 둘 때 마주하는 최후의 패를 남긴 상황인 듯합니다. 제가 이 패를 지면 돌을 접는 것이고, 이겨야 간신히 계가가 되는 손해 패 말입니다.
만약 내년에도 제가 여전히 이 칼럼을 쓰고 있다면 그 패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눈 빠지는 계가를 하고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그래도 완전히 접기 전에 골프 발생지인 스코틀랜드에 한번은 다녀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