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5,Monday

골프의 변화

 

최근 들어 US OPEN에서 우승한 브라이슨 디셈버라는 27살난 골프 프로가 세계 골프계에 엄청난 충격을 던지고 있다.
그 동안 그의 뻘죽한 어드레스와 온몸이 흔들리는 크고 빠른 이단적 스윙을 보며 좋은 성적을 내어도 그저 운 좋게 그 분이 오신 모양이지 하고 말았는데, 이번에 US OPEN 에서 유일한 언더파를 치면서 2위와 6타를 앞선 우승을 하자, “어라 이 친구 뭔가 있는 모양이다” 하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난다.
그렇다, 이 친구는 전혀 다른 골프를 치고 있다.
원플레인 스윙이라는 데, 원플레인 스윙을 구사하는 타이거 우즈나 맥그로이처럼 멋진 스윙이 아니다. 또한 사용하는 골프 클럽도 기이하다 할 정도로 남들과 다르다.
먼저 그의 스윙은 어드레스부터 골프의 상식을 깬다. 코킹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이 왼 손목을 곧게 뻗어 임팩트 때의 형태로 만들어놓고, 팔과 클럽 샤프트를 일직선으로 만들어 놓고 공에서 왼쪽 어깨까지 일자로 연장하는 왼편 벽을 만들고, 다리는 어깨보다 훨씬 넓게 벌리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내어 공과 허리 사이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채로 뻘쭉한 어드레스를 한다. 그리고 오른손 위주로 눈깜짝 할 사이에 엄청나게 빠른 스윙을 하는데 그 빠른 스윙 덕분인지 왼발이 타구방향으로 돌아가며 피니시 자세가 항상 흔들거린다. 그런데 엄청난 장타를 자랑한다. 그리고 모든 아이언이 길이와 무게를 똑같이 만들었다. 로프트의 각도만 다를 뿐이다. 스윙의 일관성을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골프는 가능한 드라이버를 멀리치고 남들보다 짧은 거리에서 각도가 깊은 아이언으로 보다 유리한 그린에 공을 보내자는 것이다. 퍼팅은 스윙보다 더 희안한다. 일반 클럽의 필드 어드레스와 유사한데 이상하다 못해 기이할 정도다. 그런데 퍼팅 정확도 순위가 최상위권이다. 골프의 통념이 무너지는 스윙을 갖고 있는 골퍼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US OPEN에서 우승을 하자 골프계가 흔들린다.
하지만 그의 스윙이 완전히 독창적인 적은 아닌 듯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스윙이다.
바로 전설적인 캐네디안 골퍼, 머 노먼(Mor Norman) 의 어드레스와 흡사하다. 머 노먼도 아주 독특한 플레이어다. 세계 골프계에 크게 이름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내놓으라는 전설적인 골프선수들이 모두 칭송을 아끼지 않는, 가장 정확한 공을 날리는 것으로 이름을 남긴 골퍼다.
타이거 우즈가 세계적으로 자신 만의 스윙을 남긴 골퍼로 벤 호건과 머 노먼을 언급하면서 자신도 그들처럼 자신만의 스윙을 남기고 싶다고 말함으로 머 노먼은 일시에 유명세를 탔다.
머 노먼의 스윙을 보면 왼손은 강한 혹그립, (디셈버는 위크 크립을 한다) 오른 손은 야구그립으로 내려잡았다. 그리고 양 팔이 클럽 샤프트와 일직선이 되도록 쭉 뻗은 채 공을 멀치감치 두고 짧은 백스윙으로 채찍을 휘두르듯이 스윙을 했다.
아마도 그에 의해 원플레인 스윙이 처음으로 재대로 실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영향인지 타이거 우즈의 스윙은 원플레인 스윙에 가깝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약간의 자패 증상이 있는 머 노먼에 의해 소개된 극단적 원플레인 스윙이 이번에 물리학도 출신인 브리이슨 디샘버에 의해 더욱 보강된 모습으로 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원플레인 스윙의 장점은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루트가 같으므로 일관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플레인 스윙을 실현하기 위하여는 강한 하체와 유연한 허리가 필요하고, 신체의 자연스러운 동작과는 일치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자칫 몸에 무리를 줄 수 있고 비거리도 상대적으로 짧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그 스윙으로 무장한 브리이슨 디셈버는 그 통념을 깨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20-30 여 야드나 더 나가는 드라이버 거리를 자랑하며 우승컵을 안았다.
그는 거의 500야드에 달하는 파4홀에서 드라이버를 러프로 보낸 후, 핀까지 185야드 거리를 피칭 아이언으로 그린에 올려놓고 퍼팅을 하는 괴물 선수가 되었다.
아마도 당분간 골프계는 그의 스윙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의 스윙을 성공 여부는 그의 골프 성적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올리면 그의 스윙에 대한 연구는 더욱 깊어 질 것이며, 따라서 머 노먼에 의해 창시된 양보 없는 원 플레인 스윙이 세상의 모든 골프 티칭 프로들에게 새로운 숙제를 제공할 것이다.
머 노먼은 실제로 엄청난 골퍼였음에도 자폐증상의 골퍼라는 점에서 사람들로부터 재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오직 유명 골퍼들만이 그의 스윙을 알아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976년 미국에서 열린 골프 월드컵대회에 모 노먼이 캐나다 대표로 출전했을 때 그의 연습 박스 앞에는 잭니콜라스, 리 트레비노, 게리플레이어가 서서 그의 연습 장면을 4시간이나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는 통에 군중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의 별명은 파이프라인이었다. 마치 파이프처럼 곧바로 공을 친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다. 그의 타구를 분석한 타이틀리스트 사에서는 그의 타구는 다른 사람들보다 사이드 회전이 훨씬 적다는 것을 찾아냈다. 그 덕에 항상 그의 타구는 직선을 그린다.
밴 호건은 골프는 회전을 하면 치는 운동이라 모든 공은 곡선을 그린다며, 똑바로 직선으로 날아가는 타구는 잘못 친 것이라 했는데 노먼은 그런 통념을 비웃듯이 늘 똑바로 치곤 했다.
머 노먼은 비록 뛰어난 골프실력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관리를 못해 말년에 거의 노숙자 생활을 하다시피 했지만, 타이틀리스트 캐나다 사에서 아무 조건없이 매달 5천불을 죽을 때까지 주겠다는 약속을 함으로 그의 노후를 보장했다.
그리고 그의 스윙은 타이틀리스트사에서 여러 각도로 촬영하여 영구 보관하고 있다.
그는 캐나다 투어에서 55회를 우승했고 17번의 홀인원을 했고 33번의 코스 최소타수를 기록했다.
그의 스윙이 재조명 받는 것이 반가운 이유 중에 하나는 그의 스윙이 시니어 골퍼들에게도 위로를 줄 만큼 스윙이 작고 간단하다는 것이다.
도전의식이 아직 살아있는 시니어 골퍼는 한번 그의 스윙을 공부할 만 한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 아닌가, 사양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마주해보자. 변화를 마주하며 몸에 긴장감을 줄 때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진다. 즉, 젊은 기운이 살아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어디로 가는 줄 모른 채 눈 가리고 달려가는 세상이다. 모든 것이 자연이라는 신이 만들어 낸 현상들이다.
골프라도 치며 잠시라도 눈가림을 벗어던질 기회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자.
필드를 거닐며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 속에서 다시 돌아올 세상에 대한 희망의 끈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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