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관광 및 요식업을 비롯한 비필수 서비스 사업에 타격이 생긴 한편, 비대면 소비 행태가 확산됨에 따라 O2O 플랫폼 이용이 급증했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베트남에서는 호찌민시와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Now, GrabFood, GoFood, Baemin 등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가 현지 밀레니얼 소비자에게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잡아 가는 중이다.
‘호텔 예약’ 플랫폼, 음식 배달 사업에 뛰어들다
베트남의 호텔·항공권 예약 중개 플랫폼 iVIVU(아이비부)는 지난 4월부터 서비스 영역을 음식 배달로 확대했다. 비유하자면 Agoda(아고다)가 어느 날 음식 배달을 시작한 것과 같다. 아이비부는 베트남 관광 산업의 성장세를 따라 순항하던 현지 서비스 플랫폼 중 하나였으나 올 1분기 코로나19 역풍을 맞은 뒤 생존을 위해 음식 배달 서비스를 택했다. 음식 배달에 뛰어든 것은 개인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국영 신문 Việt Nam News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생계가 어려워진 이들이 안정된 수입을 위해 임시 부업으로 음식 배달 기사 일에 나섰다며 최근 달라진 풍경을 전했다.
2019년 베트남의 음식 배달 플랫폼 시장은 5124만 달러에 육박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약 112% 성장한 것이다. (자료: Statista) 베트남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온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는 지난 2~3년 전 시점에 이르러 도시 거주 밀레니얼 소비자에게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2020년 해당 시장은 전년보다 더욱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여파로 베트남 내 비대면 소비 행태가 확산됨에 따라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 공급과 수요를 모두 자극 받은 덕이다.
이를 반영하는 한 예로 호찌민시 빈탄군(Bình Thạnh District)에서 음식점을 소유한 한 베트남인 경영인은 “베트남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1월까지만 하더라도 음식 배달 주문은 일일 평균 3건에 불과했다. 현재는 하루에 15~20건 정도로 배달 주문이 늘었다” 며 호찌민 무역관에 최근 상황을 설명한바 있다.
참고로 지난 3~4월 특정 기간 동안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별 이동을 제한하고 카페, 식당, 영화관 등을 포함한 비필수 서비스 영업을 중단했는데 이는 음식 배달과 같은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경쟁 현황
베트남의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 시장은 2011년 전후 시기 Vietnam, Eat.vn 등의 플랫폼들이 등장하며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는 많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와 전자상거래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고 현지 전자결제 서비스 체계도 초기 기틀을 구축하던 비교적 이른 시기였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공급자의 등장과 시도, 사업 매각 활동이 번복됐다. 이러한 과정들은 2015년 전후 현지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또 안정적인 투자금과 인지도를 확보한 플랫폼들로 인해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15년 베트남 내 주요 식당 리뷰 플랫폼 Foody가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금은 Now로 불리는 이 서비스 플랫폼은 현시점 GrabFood, GoFood 등과 더불어 베트남의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9년에는 Baemin(한국 배달의 민족)도 시장 경쟁에 참여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토바이의 민족이 갖고 있던 가능성
베트남 대중에게 오토바이는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다. 오토바이에 능숙한 현지 인력이 풍부했으므로 오토바이를 이용한 음식 배달 시장의 인프라는 이미 일부분 준비돼 있던 셈이다. 더불어 제3자 배달 중개 서비스를 기꺼이 수용한 브랜드 외식업체들의 태도,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인건비 수준 등은 베트남에서 음식 배달 중개 플랫폼이 성장하는 주요 기반이 됐다. 브랜드 외식업체들은 배달 중개 서비스 플랫폼과 협력해 가격 할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도 했는데 이는 배달 플랫폼과 외식업체 양측에 브랜드 인지도 및 소비자 접근성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 2019년 기준 베트남 인구는 9620만 명이며, 이 중 만 20~64세 인구는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자료: 베트남 통계청, BMI Research) 한편, 현지 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베트남 내 누적 등록된 오토바이 수는 5817만 대에 달했다. 현지 성인 인구 대비 오토바이 누계 등록 수를 고려한다면 베트남에서는 한 가구 당 최소 1대의 오토바이가 있거나 대부분의 성인이 개인적인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배달 중개 서비스는 대기오염과 교통의 번잡함을 피하고자 하는 베트남 소비자의 기본 욕구를 충실히 해소했다. 이러한 편리성에 더해 배달 중개 서비스가 가져온 다양한 상품 접근성과 배달 비용의 경제성은 음식 배달 시장이 확대되는데 기여했다. 이는 유명 브랜드 식당부터 길거리 노점에 이르기까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음식 배달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서비스 공급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서비스 가격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안내하는 대로 자리를 잡아갔다. 시장 경쟁으로 인한 프로모션 혜택까지 더해지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식 배달 비용의 경제성이 증가했다.
포스트 코로나, 베트남 배달 문화는 어떻게 변할까?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차근히 성장로를 달리고 있던 베트남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 시장이 한층 더 도약하는 구름판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베트남에서는 비대면 소비를 장려하는 환경이 조성됐는데 주목할 점은 이러한 환경이 음식 배달 중개 플랫폼과 같은 O2O 서비스 솔루션에 익숙치 않았던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과 구매 경험을 유도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2020년 초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유입으로 베트남의 배달 문화가 더욱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베트남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차츰 진정되고 현지 축구 열기가 다시 가열되면 야식 배달이 크게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은 특히 지난 3년 동안 박항서 감독이 일으킨 돌풍과 함께 AFC U-23, 아시안 게임, AFF 스즈키컵, AFC 아시안컵 등 국제 대회에서 자국 기록을 갱신하며 축구 열기가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코로나19로 스포츠 경기 일정이 연기돼 그 열기도 잠시 멈췄으나 상황이 진전되면 현지인들의 축적된 흥이 경기 시간대에 음식 배달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베트남은 F1 경기( 2020년 4월에서 11월로 임시 변경) 최초 유치, 2021년 SEA Games 개최 등 굵직한 스포츠 행사를 예정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배달 음식 용기 수요가 다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경쟁이 가속됨에 따라 배달 용기의 품질도 차별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따라 각 음식의 특성을 반영한 고품질 음식 포장 용기에 대한 수요가 다양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다변화하는 수요에는 베트남의 기후 조건(우기, 건기)과 환경 오염을 고려한 ‘소재’ 도 포함된다. 2019년 호찌민시를 비롯한 베트남 대도시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빨대 사용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관찰됐다. 이 트렌드는 베트남 내 지속 확산되고 있는 바 추후 컵이나 접시 등을 포함한 음식 포장 용기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장보기 플랫폼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O2O 서비스 솔루션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찌민시와 하노이 같은 대도시에 한정돼 있긴 하나 Grab Mart, Shark Market, Chopp 등 장보기 플랫폼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배경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다만 장보기 플랫폼은 아직 베트남 대중에게 보편화된 개념이 아니다. 더불어 현지 소비자들은 안전성과 품질 신뢰 문제 때문에 신선식품의 실물을 직접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모바일 앱을 통한 장보기’ 라는 새로운 소비 행태를 알리고 시장을 개척하기까지 이를 위한 투자금이 지속 요구될 것이다.
자료: 현지언론 및 KOTRA 호찌민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