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이 종식되고 연말이 되어 올해 영향력을 끼친 최고의 유명인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코로나19(COVID19)가 선정될 것이다. 바이러스를 ‘인사’라는 표현까지 써서 소개함이 합당치 않겠지만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현실이다. 두 주일 전만 해도 이번 칼럼을 쓸 때에는 뭔가 달라지길 바랬다. 조금 더 밝고 기쁜 소식, 코로나19로 움츠려 들었던 마음들이 풀리는 얘기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상황이 달라지긴 했다. 바라고 바라던 것과 정 반대로 달라져서 문제이긴 했지만. 실제로 2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는가 했다. 신뢰도는 물 건너 갔지만 그래도 참고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통계 수치가 그랬고, 한국 정부와 방역당국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그것을 보증하고 있었다. 그러나 웬걸. 우려가 현실이 되는 데는 불과 일주일도 필요하지 않았다.
우려한 것처럼 이 바이러스는 지켜보던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전파자들을 통해 세력을 순식간에 키워 나갔다. 근거 없는 낙관론과 대응을 잘 하고 있다는 자찬으로 한눈 파는 사이에 바이러스의 세력은 이미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커져 버렸다. 신천지라는 거짓으로 뒤덮인 기괴한 집단은 이들이 폭발적으로 전파되는데 직접적으로 양분을 제공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런데 단지 신천지로 끝날까.
이전 칼럼에서 진짜 재앙이 무언지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루트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그러면 세계적인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도 감염루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다. 지금의 상황이 그것의 전조가 아니길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 마지 않는다.
그러나 미디어를 대할 때마다 복장 터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인지. 외교부의 2월 28일 발표에 의하면, 한국을 입국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지역이 52개 국가 및 지역으로 늘어났다. 당분간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베트남도 다르지 않다. 대구, 경북지역 거주자 외의 입국자도 입국일로부터 14일 간 자가 격리 되거니와 15일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던 제도도 29일 0시를 기해 임시 중단 조치되었다. 우리나라의 확진자 급증에 각 국의 대응 강도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중의 공황을 불러일으키는 조치보다,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예방 조치를 취하고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협의 없는 입국 금지·제한 조치를 비판하는 높은 분이 계셨다. 첨엔 중국에서 다시 얘기하는 줄 알았다. 2월 6일 중국은 각 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출입 제한을 한 것에 대해 ‘공황 상태에 따른 과민반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이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충분치 않다는 발언도 모자라 한국인의 입국을 통제하고 있다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왜 우리 높은 분들은 이런 상황을 당하면서 아직까지도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하며 다니 시는지. 배가 이미 떠난 것이 그 분들 눈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우리는 베트남 당국의 조치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국과 관계된 사업을 하건 아니 건에 관계없이 이제 이 곳에 머무는 모든 한국인들의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때에는 나 뿐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해 염려하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 모두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바이러스의 감염능력에 대해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 회사도 한국에서 복귀한 직원을 격리 조치했다. 당사자는 섭섭할 지 모르겠지만 직원들의 안전과 안심이 우선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라 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이 우선이다. 그러므로 초기에 강한 대처를 하고 준비할 시간을 벌었어야 했다.
초기 대응 실패에 신천지라는 기름이 부어졌다. 이 신천지, 정말로 참말로 진짜로 이상한 집단이다. 도대체 왜 아직도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이런 집단이 활개를 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화 나는데 배 떠난 항구에서 여전히 갑을박론하는 정치권을 보면서 나 같이 평범하고 단순한 사람들은 누가 더 나쁜 놈인지, 누가 대중의 공황과 공분을 일으키는 원흉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하기야 어느 쪽도 탓할 필요도 없다. 우나 좌나 편 가르는 사람들 치고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없다. 그냥 틀린 것은 틀린 것이고, 잘 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하는 평범한 이들이 왜 이렇게 살기에 힘든 세상이 됐는지 모르겠다. ‘무조건 무조건이야~’ 라는 트로트 가사처럼 그냥 무조건이다. 그런데 지금이야 말로 ‘무조건’ 서로 한 편이 되어야 하는 때이다. 책임 규명이 중요한 때가 아니라 해결이 중한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발 계산기 두드리며 싸우지 말고 이런 때라도 ‘국민을 위해’ 힘을 모아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항상 당하는 것은 약한 국민들인데 안타깝지도 않는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믿음이다.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세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축소에 대해 얘기하는 이도 있고 심각한 경제적 여파에 대해 말하는 이도 있다. 체제에 대해, 권력 구조에 대해 언급하는 이도 있다. 나는 코로나19가 미친 가장 큰 영향이 우리의 안녕에 대한 믿음이 불확실성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벨탑과 같은 것이다. 확고해 보이나 이름이 가진 의미는 ‘혼돈’이다. 이제 인간이 우주선을 태양계 밖으로 보낼 수 있어도, DNA 지도를 만들고 유전형질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어도, 인간의 세계는 생소한 바이러스 하나에 무너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생소한’ 것들이 출현하여 ‘혼돈’을 몰아올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다. 가짜 뉴스가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지만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부디 좋은 결과를 얻어 병상에서 싸우는 이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비록 이번은 넘어간다 해도 제2, 제3의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쩌면 저들은 우리의 약함을 돌아보게 하기위해 신이 사용하는 가시인지도 모른다. 자연에 대한 겸손함을 잃은 인간을 찌르는 가시 말이다. 이 가시를 제거하는 일이란 지구라는 별 위에 인간과 자연과 나라와 민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더불어 살고 있음을 알고, ‘충만하고 정복하고 다스리라’ 명령한 바른 의미를 찾아 가게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夢先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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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축가이자 ‘몽선생의 서공잡기’, ‘크룩스크리스티’의 저자이며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했다.
현재 설계, CM전문회사인 정림건축의 베트남 법인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