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하노이에 다녀왔습니다.
호찌민과 하노이가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지만 어떻게 다른가를 실감하신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오늘은 하노이와 호찌민의 일반적인 차이와 골프장에서의 다른 점에 관하여 얘기해 볼까 합니다.
먼저 날씨가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얘기인데 가서 지내보면 더욱 실감합니다.
2월에 두 번을 다녀왔는데 한번은 4일동안 비가 꾸준히 내렸습니다. 안개비 같은 구질한 비 말입니다. 그런 비가 소리도 없이 노면을 적시지만 실제로 옷이 젖을 정도는 아닌 듯합니다. 우산을 갖고 다닐 것인지 아닌지 잠시 고려하게 만들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산 없이 다니는 것을 보고 저도 우산을 챙기지 않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두번 째 출장에는 하노이의 통상적인 날씨와 달리 햇볕을 볼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호찌민에서는 햇볕을 피해 그늘을 찾아 다니는데, 하노이에서는 햇볕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통상적으로 하노이의 요즘 날씨는 하늘에 짙은 구름이 자리잡아, 겨울 내내 약 3개월 동안 햇볕을 철저히 막습니다. 아침마다 짙게 드리운 두꺼운 안개가 시야를 가리니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기온은 10여 도 에서 20여 도를 오가는 듯한데, 마침 기온이 떨어지고 더불어 비라도 오는 날이면 뼛속의 온기를 앗아가는 듯한 묘한 추위에 시달립니다.
날씨만으로도 하노이와 호찌민은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환경이 사람의 감정을 지배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인 모양입니다. 하노이 사람들 좀처럼 벗겨지지 않은 하노이의 안개처럼 속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보수적이라고 볼 수도 있고 배타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말씨 자체가 거세게 들려서 그런지 거칠게 느껴집니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호찌민에서 하노이로 올라가서 생활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하노이에서 호찌민쪽으로 내려와 살고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북쪽 사람에게는 호찌민이 생활하기 용이하지만 남쪽 사람들에게는 이질적인 듯합니다.그런데 그런 성향의 차이가 현지인에 국한된 것은 아닌 듯 보입니다. 그런 차이가 교민들에게도 드러나는데, 하노이 교민들의 성향 역시 호찌민 과는 사뭇 다릅니다. 하긴 전체적인 교민들이 개별 정체성도 차이가 좀 납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직업 군이 모여 사는 호찌민과는 달리 하노이는 주로 진출기업의 파견자들로 구성된 사회다 보니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하노이 교민들은 별로 생활에 아쉬움이 없다는 생각인지 타인, 특히 외지인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또한 대부분 한시적인 체류 생활을 하는 터인지 현지에 애착이 덜한 듯합니다. 호찌민의 교민들처럼 이곳에서 뼈 묻고 살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베트남어를 하는 한국인도 상대적으로 호찌민이 많은 듯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하노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현지인을 상대하는 경우도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잘 통용될 정도로 한국어가 널리 사용된다는 점이 좀 생경스러웠습니다.현지인의 용모도 많이 다릅니다.
하노이 사람들이 호찌민 사람들에 비해 키나 체구가 커 보였습니다. 여자들로 미인이 상당히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의 중국인과 가까운 용모에 행동도 중국인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미소가 별로 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에 신경 쓰지 않은 하노이 사람들을 마주하며 호찌민 사람들의 친근한 미소가 그리웠습니다.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하노이 골프클럽에서 라운딩을 했습니다. 호찌민에서 올라온 저와 동갑내기 김성수 사장과 하노이 백제 갈비를 운영하는 이석덕 사장 그리고 그곳에서 1200여 명이 직원을 거느린 Aron Vina라는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이현섭 사장과 함께 라운드를 돌았습니다.
골프장의 시설은 흡족하다 말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은 뭐랄까, 좀 건조한 시설에 혼란스러운 디자인의 코스였습니다. 거의 모든 그린이 높게 위치한 포대그린으로 무조건 한 두 클럽을 더 잡아야 그런 온이 가능하게 만든 코스인데 아름다운 프라이빗 클럽이라기보다는 그저 잘 정돈된 퍼블릭 코스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간에 그늘 집을 만들긴 했는데 오랫동안 운영되지 않은 채 방치된 상태라 마치 전쟁 때 사용되는 대피소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캐디들의 수준은 호찌민에 비해 썩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어디나 마찬가지긴 합니다) 골퍼에 대한 배려나 골프 예절에 관심이 없이 자기들끼리 자주 떠드는 바람에 어드레스를 하다 말고 캐디들의 잡담을 중지시켜야 할 정도로 훈련이 미흡해 보였습니다. 또한 캐디의 복장이 모두 동일한데 등 번호가 없어, 내 캐디인지 남의 캐디인지 구분이 안되어 치고난 후, 클럽을 남의 캐디에게 넘기는 일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요금은 150만 동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반자 중 어느 누구도 멤버가 아니라 할인을 받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27홀 코스로 기억하는데 원래 18홀 코스에 중간에 9홀을 삽입한 듯, 몇 개의 파 4홀은 화이트 티에서는 1온이 가능할 정도로 짧은 홀들이 있어, 거리를 좀 내는 골퍼에게는 어렵지 않은 코스입니다. 그래도 블루티에서 친다면 생경한 디자인과 포대그린으로 인해 코스에 익숙치 않은 골퍼에게는 스코어를 만들기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한국인에게 유명한 피닉스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그날부터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2주일 전에 들어왔다는 여권을 제시해야 라운드가 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저는 여권이 없이 거주증 만을 갖고 있었기에 약간의 긴장을 했는데 정작 카운트에서는 그런 요구가 없이, 거주증이 있는가 만 물었습니다.
평일은 거주증을 가진 한국인에게는 현지인들과 같이 75불을 받았습니다. 호찌민의 송배 골프장처럼 접수 시 요금을 선불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아마 베트남에서 송배골프장과 피닉스 골프장만 선불을 요구하는 듯합니다.이런 시스템은 고객 위주의 시스템이라기 보다 구장 운영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듯하여 고객을 배려하는 친절한 골프장이라는 인상을 주지는 못하는 듯 합니다.
이 피닉스 골프장은 육지의 하롱베이 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멋진 풍경으로 한국에도 꽤 알려진 유명 골프장입니다. 72홀 골프장으로 챔피언 코스를 돌았습니다만, 라운드 내내 풍경에 취해서 한눈을 파느라 골프코스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단지 홀간의 거리가 길다는 생각을 했고 특이한 점은, 한 파 3홀에는 이 골프장의 오너이자 참빛그룹 회장인 이대봉씨의 이름을 사용한 이대봉 홀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이홀에서 홀인원을 해서 붙였다는 하노이 분의 증언인데, 라운딩의 긴장을 풀어주는 명칭이었습니다.
아, 클럽 하우스에도 이대봉 회장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한 대형 그림이 걸려있었습니다. 회사와 클럽 홍보를 위해 준비한 그림인듯합니다.
캐디 얘기를 해볼까요? 특이하게 베트남 전통 삼각모자인 농을 쓰고 근무를 하는데 역시 등에는 번호가 없습니다. 원래 없는지 아니면 그날만 없었는지 모르지만 역시 구분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이한 점은 모든 캐디가 골프 라운딩에 사용되는 한국어를 거의 다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불완전한 한국어 발음으로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몇 홀을 돌고 나니 한국어로 소통이 되는 듯하여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캐디가 한국인을 주로 상대한 탓이 모든 골퍼를 오빠로 부릅니다. 별로 정겨워 보이지는 않지만 불평할 일도 아닌듯 합니다.
하노이 골프장이 캐디들보다는 훈련이 잘된 듯합니다.
이 골프장이 좋은 점을 꼽자면 카트가 코스 안을 들어갑니다. 그린 근처에서는 다시 밖으로 나갈 것을 유도하지만 드라이버를 때리고 코스 안으로 들어가 세칸 샷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편리함이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기 플레이를 하고 나왔는데 언제 조용한 분위기로 다시 한 번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풍경을 보느라 정작 코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아무튼 즐거운 하노이 골프 라운드였습니다. 혹시 처음 그곳에 가시는 분에게 참고가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에녹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