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때는 그저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워낙 많은 소식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모든 인터넷 뉴스, 유투브에는 온통 그 얘기들이 머리기사로 채워져 있다. 전화 메시지도 바빠졌다. 베트남 번호로는 Bộ Y tế
(베트남 보건부)에서, 한국 번호로는 외교부에서 수시로 상황 뉴스와 경고 안내가 올라온다. 그 중에는 시청률을 노린 거짓 소식도 섞여 있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여전히 실시간으로 겪고 있는 우한폐렴이라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이야기이다.

그런데 과정의 뉴스들을 지켜보면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이 시작된 중국이 참 이상하다. 이번 기회에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민낯을 면면히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이를 공황상태에 따른 과민반응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배포가 역시 대국이다.
우리나라도 참 이상하다. 무엇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지 우선순위에 헷갈리는 것 같다. 두 나라 정부 사이의 관계도 정말로 이상하다. 다른 표현을 하려고 해도 이상하다고 밖에 쓸 수 없는 나도 답답하다. 그나마 이제는 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긴 하다만 외양간은 소를 잃기 전에 고쳐야 한다는 그 평범한 진리가 왜 어려운 건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당국자나 정치가가 아니라서 그런 모양이다. 일본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이다. 해상에 머문 크루즈선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악몽 같을까. 우리나라나 이웃 나라들에게 붙일 마땅한 표현이 없으니 그냥 별 꼴을 다 본다는 말이 맞겠다. 그런 와중에 불쌍한 것은 어디가나 힘없는 백성들이다.

한국은 확진자가 다녀왔다는 백화점이 폐쇄되었다. 편의점도 닫았고 영화관도 닫았다. 교회도 예배를 멈췄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사라졌다. 확진자의 동선 내에 있던 모든 것이 폐쇄되었다. 베트남에서는 학교 수업을 두 주간 연기하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던 식당들은 연말, 정부의 음주단속으로 장사가 안된다 아우성치더니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제대로 폭격을 맞고 넋이 나가 버렸다.
마트에도 재고가 없는 상품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단지 마스크와 손 세정제만이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 한 귀퉁이부터 상품이 사라지고 산업은 마비되어 가고 있다. 뉴스를 보니 한국에서는 유력 자동차회사가 국내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거란 기사가 떴다. 무시무시하다. 그런 일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한 사장님께 들은 대로라면 어떤 일들은 이미 멈췄다고 봐야 한단다.

그래도 확진자의 동선이 파악되는 것이 다행이다. 대처가 가능하니까. 그런데 루트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점점 늘어난다면?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한국에서는 열이 난다 자가신고해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하면 검진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지금은 물론 확대 대응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으면 오죽 좋았을까. 카메라 앞에 서서 그 일을 자랑스럽게 보고하는 당국자를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 아직도 매일 달라지는 중국을 포함한 각 국의 감염 의심자, 확진자, 사망자 그래프를 보면 암울한 생각이 든다. 언제쯤 이 상황이 멈출 것인지? 아니, 이런 상황이 한두 달 더 지속된다면? 아, 그만 두자. 이런 류의 얘기들은 여기가 아니어도 넘치게 듣고 나눴을테니 이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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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도 시작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알지도 들어보지도, 당연히 만나보지도 못한 어떤 사람과 그가 연루된 한 사건으로부터 세계를 두려워하게 만든 일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여기에 우한수산시장이라는 장소가 등장하고 박쥐가 중요한 개체로 개입되어 있다. 물론 바이러스 연구소에 대한 의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박쥐고기를 먹네 안먹네 하는 것을 따지려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최초의 감염자가 시장이든 연구소이든 동물과 연결되었고 다시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 일의 실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나 무분별한 남획과 식용이 이 일의 원인일 수도 있고, 의심하듯이 최고 위험도의 바이러스를 동물들을 통해 실험하려던 상황의 실패가 원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탐욕스러운 이기심과,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었던 교만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함을 발견한다. 그로부터 생명체로 여겨지지도 않는 바이러스에게 징계를 당하는 꼴이 되었다. 이 징계의 매질이 초기 통제의 타이밍을 놓치자 거침없이 전파되는 양상을 보인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거시기’로 분류되는 바이러스는 전파의 고리를 따라 국적도 인종도 민족도 가리지 않고 퍼진다. 아무런 차별 없이, 너무나 평등하게 세상 민족을 서로 다른 족(族)이 아닌 하나의 종(種)으로 바라본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이러한 때에야 인류가 지구별에 사는 한 공동체임을 깨닫는다.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되어 고통받고 있는 중국 우한시가 조속히 평안을 되찾기를 기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상에 있는 모든 이들이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 이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들에게 위로가 있기를 바란다. 이런 일을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일처럼 여기고 재산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알리고 나누고 돕는 숭고한 정신의 모든 이들에게 화평의 복이 있기를 바란다. 사건을 만들었거나 혹은 덮거나 축소시키려 한 이들, 이런 재앙을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자들이 그들의 잘못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민족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그 모든 생명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되어 있음을 이 끔찍한 바이러스가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귀를 열고 들었으면 한다.

바라기로는 이 글이 책에 실려 나올 때이면 이런 기사들로 모든 미디어가 뒤덮였으면 좋겠다. ‘우한폐렴 소멸 징후 나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들의 완쾌 소식 잇달아’, ‘바이러스로 피해 받은 지역에 넘치는 온정의 손길’, ‘바이러스의 폐해, 모두가 지구촌 한 가족임을 일깨워 주다….’ /夢先生

박지훈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축가이자 ‘몽선생의 서공잡기’, ‘크룩스크리스티’의 저자이며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했다.
현재 설계, CM전문회사인 정림건축의 베트남 법인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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