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속 오징어처럼 바싹바싹 사람을 말리던 여름 날씨가 며칠 비가 오더니 선선한 바람이 불며 제법 가을 날씨다워졌다. 옷장의 가을 재킷을 꺼내다 11월 가을 하노이가 이 정도면 한국은 제법 겨울분위기가 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맘때면 꼭 만나서 깔깔대며 추억을 나누던 친구, 그리고 그와 함께하던 따뜻하고 아늑했던 식당이 생각난다.
오늘 찾은 곳은 랜드마크72 뒤편, 흔히들 와인하우스 단지 라고 부르는 남쭝옌. 원형교차로를 지나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멀리서도 바로 눈에 띄는 검은 색 바탕에 하얀색으로 쓰여있는 ‘安’ 자와 함께 따뜻한 오렌지색으로 가득한 실내에서 밖을 향해 나방을 부르는 가로등 불처럼 환한 “안 레스토랑”… 저절로 내 발걸음을 이끌었다.
1층 카운터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부터 4층까지 개인 룸으로 된 곳 중에서 2층에 내렸다. 대학교 앞 스터디카페처럼 깔끔한 파란색 벽 사이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처럼 흰색 바탕에 검은색과 금색을 주요 테마로 잡은 심플하고 세련된 공간이 나타났다.
입구부터 복도와 룸까지 계속 다른 분위기로 변신하는 모습에 왠지 요리도 흔하게 나오면 안 될 것 같았다. 역시나 세팅부터 궁중 요리같이 놋쇠 그릇과 수저세트가 차례차례 우아하게 나오더니 닭고기 샐러드는 딱 보아도 비싸 보이는 도자기 그릇에 나온다. 여쭈어 보니 실제로 한국에서 유명한 도예가의 작품을 공수해 왔다고 한다.
여기에 시원한 육회! 매운 갈비찜! 순두부찌개! 각각의 메뉴들이 뭐하나 빼먹으면 속상할 만큼 아름다운 자태와 맛을 자랑한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출장을 오신 분이 일주일 내내 로컬 음식은 시도도 하지 않고 ‘안 레스토랑’에서 식사 겸 접대를 다 여기서 했다고 한다.
혹시나 안 레스토랑을 이미 가보신 분들은 여기는 전도 있고, 탕도 있고, 곰장어와 주꾸미 볶음과 불족발까지 소주의 짝꿍들이 너무 많이 있는데 왜 소개를 안 햐나고 하실 수도 있겠다.
고기 위주의 메뉴만 잔뜩 추천한 건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거다. 담에 또 와서 여러분들에게 12월부터 안레스토랑에서 특별하게 선보일 안동소주와 솔송주 등의 증류주와 과실주를 포함한 전통술 6종과 가장 잘 어울릴 만한 다른 메뉴와 함께 한 번 더 소개해볼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여기에 절대 쓰지 말라고 사장님이 신신당부한 꼭꼭 숨기고 있는 비장의 전통술을 맛보고 싶다면 연말에 귀한 분 또는 감사한 분을 모시는 자리에 예약해둔 전통주를 깜짝 선물로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이쁜 거 모르겠고 소주건 맥주건 무조건 치킨이 최고인 당신에게는 영화관의 캐러멜 팝콘을 연상시키는 단짠단짠한 치킨 윙 봉과 차미슬씨 또는 사2공 비어 콤보를 추천한다.
익숙한 친구가 어느 날 머리 색깔을 확 바꾸면 전혀 달라보이듯이 익숙한 한식이 다이닝 레스토랑처럼 다른 빛깔의 옷을 입으니 여느 호텔 레스토랑 못지 않게 멋있게 다가온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 했다. 맛있고 아름다운 ‘안 레스토랑’의 음식은 당신과 사랑하는 사람과 더욱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 혼밥러를 위한 강력 추천! 매운 소갈비찜+주먹밥+ 대선소주와 함께 집에서 편하게 늘어지며 영화를 본다면 누구 하나 부럽지 않은 완벽한 휴식!
* 팁: 고기를 먹은 후 냉면으로 입가심하는 사람은, 고기를 먹고 골동면을 꼭 먹어보시라!
레스토랑 안
A. Căn 11A, khu nhà ở thấp tầng A10, khu tái đinh cư Nam trung yên, cầu giấy, Hà nội | T. 037 319 4850
OPEN. 월~일 휴무 없음. 오전11시~밤 10시. (휴게시간 오후2시~5시)
단품 특선(설렁탕, 육개장, 순두부, 돼지불백, 간장게장), 갈비구이, 찜(소/돼지), 해물구이(장어/가리비/곰장어/주꾸미볶음), 국물및 안주류(모든 전 및 회무침) (포장 가능/배달 불가)
기사 제공 : 앨리스 리 Alice LEE (alice.lee@the-ascott.com) Somerset Grand Hanoi mana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