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에서의 KPGA골프대회에서 눈길을 끌 만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지난 달 29일 막을 내린 KPGA 투어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총상금 5억원) 4라운드 16번 홀에서 리드를 달리고 있던 김비오 선수가 티샷을 하는 순간 들려온 관중의 카메라 샷터 소리에 놀라 티샷을 실수하고 맙니다. 한 100야드 정도를 보냈고 말았죠. 이에 크게 실망한 김선수가 갤러리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욕설을 대신하고 드라이버로 땅을 치며 화를 표출했습니다.
다행하게도 김선수는 그런 실수에도 불구하고 파로 마무리하며 선두를 지켜 우승컵에 입을 맞추지만 보는 이를 씁쓸하게 만드는 사건이었습니다. 어떻게 골프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선수가 대중을 향해 어떻게 그런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많은 분들이 혀를 차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그리고 그 행동은 고스런히 방송을 타고 전세계 골프 팬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골프를 직업으로 삼았다는 것은 대중의 존재가 자신의 직업을 지켜 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즉, 대중이 없다면 골프선수라는 자신의 직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대중을 부정하면 자신의 존재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김비오 선수는 그나마 게임이 우승으로 마무리하자 게임이 끝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자신의 목소리로 갤러리를 향해 16번홀에서 자신의 대응이 잘못되었다고 사과를 했지만 이미 한 행동을 주워 담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KPGA협회에서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문제를 다루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나서 협회에서는 김비오선수에게 3년 자격정지와 1000만원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젊은 열기가 만든 한순간의 실수에 가혹할 정도로 무거운 대가를 지불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왜 골프에는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까요? 그리고 골프는 야외경기 임에도 골퍼가 샷을 하는 동안은 모든 사람들은 왜 행동을 멈추고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골프와 비슷하게 맨탈이 좌우된다는 면에서 비슷한 운동을 꼽는다면, 야구의 투구 행위를 꼽을 수 있습니다. 투수 역시 맨탈에 엄청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투수들에게 어느 연습 못지않게 중요한 훈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야구의 경우, 투수가 셋업에 들어갈 때 관중들이 조용하던가요? 오히려 중요한 순간에는 수건을 흔들기도 하고 일부로 소리를 내어 선수의 투구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로 관중에게 항의하는 투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 그러면 왜 골프에서만 유독 이런 정숙성을 필요로 하는지 한번 같이 살펴보기로 하죠.
골프에서 언제부터 이런 절대 정숙을 유지하는 것이 갤러리의 문화로 자리 잡았는지 모르지만, 일단 현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필드에서의 매너라고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동안 볼링에서도 옆 라인의 플레이어가 일단 라인에 서면 그 플레이어에게 우선권을 주고 그 플레이어의 공을 던지고 난 후에 자신의 레인에 올라서야 한다는 매너가 의무사항처럼 존재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볼링은 어떻습니까? 볼링 문화는 완전히 바뀌었죠. 볼링장이 마치 나이트 클럽과 유사하게 시끄러운 음악을 귀가 얼큰하도록 틀어놓고 소음에 별로 게의치 않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들의 게임에서는 다릅니다만 적어도 아마추어들의 게임에서는 그런 예의 범절이나 관심은 사라져 버린 듯합니다.
올해부터 골프도 점차 변화를 겪고 있는 듯합니다. 그 실례로 골프도 룰이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올해부터 바뀐 룰을 보면 현대 골프가 지향하는 방향이 보이는 듯합니다.
잠시 바뀐 룰을 한번 돌아볼까요. 무려 17가지 룰이 개정되었는데 대표적인 것, 몇 개를 살펴보면, 그린 위에서 수리할 수 있는 흔적이 볼마크로만 한정되던 것이 스파이크 자국이든 공 자국이든, 아니면 다른 이물질에 의한 것이든 상관없이 다 수리하고 치울 수 있다고 되었습니다. 또한 그린위에서 핀을 제거하지 않은 상황에서 핀을 맞고 홀에 들어가도 인정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그린위에서 의도치 않게 공을 건드렸을 때에도 벌타조항이 사라지고 어드레스 후에도 공이 바람이나 기타 자연적 상황으로 움직여도 관계 없습니다.
또한 저에겐 개인적으로 상당히 반가운 룰 개정이 있는데, 스윙 시 클럽에 공이 두 번 맞는 경우 벌타 조항이 사라졌습니다. 어프로치 시 볼을 자주 높이 띄어 보내느라 그런 현상을 자주 만들어내던 저에게는 감사할만한 개정 룰입니다. 해저드에서의 조항도 합리적으로 허용치를 넓게 주었습니다. 해저드에서 공을 건드리거나 벙커에서 스윙 전 클럽으로 모래는 건드려도 벌타가 아닙니다.
대신 엄격하게 바뀐 것도 있습니다. 퍼팅이나 스윙시 캐디가 뒤에서 라인을 봐주는 것을 금지했고, 필드에서 사라진 공을 찾는 시간을 3분으로 줄였습니다.
이런 골프 룰을 살펴보면 현대 골프가 지향하는 플레이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나친 엄격함을 없애고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좀 더 여유롭게 바뀌면서 대신 플레이를 좀 더 빠르게 하도록 권장하는 것입니다.
골프의 대중화라는 방향을 잡은 듯합니다.
사실 골프라는 운동은 아무리 골퍼들이 합리적인 변명을 늘어놔도 사실 일반인들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운동으로 자리잡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의 대중화를 이루려면 룰이나 메너 등 전반적인 골프의 틀이 더욱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야 한다는 사고가 이런 룰 개정을 촉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영국의 자부심 넘치는 운동답게 골프는 선수뿐만이 아니라 갤러리에게 마저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렇게, 선수가 스윙을 할 때 주변의 모든 이들은 움직이지 말고, 입 다물고, 숨마저 크게 쉬지 말고 주시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항을 골프에서만 볼 수 있는 에티켓인양 포장을 합니다. 그러고 보면 테니스도 그런 것 같아요. 이 역시 영국에서 시작된 운동이군요.
이런 골프의 관습은 아마추어 게임에서 가끔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헤프닝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아마추어 골퍼 중에서도 일급 실력을 지닌 분들 중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골퍼들이 있는데, 좀 지나치면 그날 라운드 분위기는 좀 싸늘해지고 말죠. 프로들이야 직업상의 문제이니 만큼 양보를 한다해도 아마추어가 그런 것을 보면 썩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골프만이 갖고 있는 갤러리에 대한 엄격한 에티켓은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적절한 핑계거리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 생각에서는 골프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의 집중을 요구하는 것은 안전문제로 사고를 막기위한 조치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쇠뭉치를 단 긴 채로 돌덩이 못지 않게 딱딱한 공을 2-300야드씩 보내는 골프장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의를 기울리지 않는다면 예기치 못한 안전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문화가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안전을 위한 조치가 이제는 에티켓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만만한 대중 앞에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사실 무슨 일이든지 고도의 집중이 이루어지면, 주변의 소음이나 움직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만약 자신이 그런 주변환경에 지장을 받는다면 자신의 미흡한 집중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 말은, 민감한 플레이어를 비난하고자 하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그런 일로 인해 오랜만에 만나 필드를 거니는 동반자끼리 어색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보다 자신이 스스로 감내하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자신의 집중도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 다면, 자칫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타인의 플레이를 방해한 꼴이 되는 동반자의 입장도 배려하고 자신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 되지 않을 까 싶어 오늘 이 이야기를 꺼내봤습니다.
그리고 김비오 선수, 이에 실망하지 말고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더욱 정진하여 훌륭한 인성을 지닌 위대한 선수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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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녹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