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 일 없는 연구기관에서 이제 생을 마감할 연세가 되신 90세 이상의 노인 분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남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조언을 찾는다며, 지금 시점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답니다. 많은 대답이 나왔겠지요 그런데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삶을 너무 심각하게 살았다”는 후회였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요즘 말로 심쿵! 합니다. 너무 공감되는 말 아닌가요?
이 질문은 아마 한국인에게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아마도 더 심각하게 살지 못했음을 후회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한국인은 참 치열하게 삽니다.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래서 심각하지 않게 사는 법을 잘 모릅니다.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저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무도, 우리 삶이 심각하다는 것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신의 삶과 연관시키는 자세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싶습니다. 아들애가 시험을 못 보면 아들 아이때문에 내 미래가 구겨진다고 생각하고, 회사 일이 잘못되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그 일로 인해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예상하며 우울해지고, 골프 라운딩에서 공이 좀 안 맞으면, 스스로를 멍청이라고 자학하는 태도가 바로 인생을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든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있는 친한 거래처와의 딜이 무산되면, 어찌 그럴 수 있느냐, 그동안 친분을 고려해서도 이런 딜 정도는 받아 줘야 하는 거 아니냐 하며 울화를 표출하며 개인적 서운함을 내비칩니다. 이런 자세가 또한 우리를 심각한 삶으로 안내하는 가 봅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사업상의 일과 개인의 관계를 분리하면 그 뿐입니다. 마치, 살인 청부업자들이 상대에게 총구를 겨누곤 ‘개인 감정은 없어 그저 사업일 뿐이야’ 하며 빵! 하며 총알을 날리는 것과 같이 쿨한 자세를 유지한다면 우리 인생은 덜 심각해지리라 믿습니다.
아무튼 모든 일을 정도 이상으로 깊이 생각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사고방식이 문제입니다. ‘모든 일을 나와 분리하자’ 이것이 제가 발견한 심각하지 않은 삶을 사는 방법입니다. 이런 자세를 서양친구들은 쿨(cool)하다고 표현하죠. 맞습니다, 쿨한 자세를 가지면 좀 편해집니다. 시니컬한 자세와는 좀 차별화되는 데, 시니컬은 부정적인 사고를 깔고 있는데, 쿨한 자세는 긍정적인 사고가 기본이 됩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류현진이 하는 야구 경기나 국가 대표가 하는 운동경기를 봐도 가슴을 졸이며 불안하게 보지 않아도 되고 여자 골퍼 박성현이 프로답지 않은 무모한 샷에도 화가 나지 않습니다. 그저 스포츠 게임일 뿐이죠. 박성현이 매번 마지막 라운드에서 삽질한다고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니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또한 한국의 국회의원들의 지치지 않는 장난질을 봐도 쓰레기들! 하고 욕 한마디로 잊어버리고 편한 마음을 지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렇게 쿨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면 필드에서 공이 좀 안 맞는다고 인상쓰며 동반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번 홀에서 실수하면 좀 어때, 다음 홀에서 버디 잡으면 되잖아.”
쿨한 자세, 이는 우리 삶을 좀 더 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골프를 즐겁게 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저팬니스 파 ( Japanese Par)
요즘 일본과의 갈등으로 국민들 속을 뒤집어 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런 일을 대하는 데에도 좀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원래 싸움에는 일가견이 있는 문 정권이니 일본과의 전투에서도 그런 솜씨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한발 물러나 지켜보렵니다.
좀 쿨한 자세인가요? 아니면 매국적 자세인가요?
그래도 저는 일본과 좀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닌 듯해서 그렇습니다. 싸우려면 우리가 유리한 입장에서 싸워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죠. 좀 더 강력한 힘을 키운 후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본과의 관계가 이렇게 틀어진 것에 대하여 우리의 잘못이 없다고 말 못 하죠. 어쩌면 모두 우리의 잘못입니다. 가장 큰 잘못은 나라의 힘을 키우지 못한 잘못이죠. 구한말 당파 싸움을 하느라 국력을 쇠잔케 만들어 일본에 나라를 진상하게 한 정치인의 잘못이 제일 큽니다. 그리고 해방 후 70년을 계속해서 일본에게 진솔한 사과를 정치적으로 요구하며 또 다른 국력을 소모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사과란 피해자가 납득할 때까지 하는 것이라는 진리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데 계속 요구하면 그것은 모욕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간과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본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는다고 뭐가 나아지나요? 사과나 용서는 다 쓸모없는 말장난일 뿐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힘센 놈이 왕입니다.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힘으로 상대를 굴복하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하는 문대통령을 보니 우린 아직 멀었습니다. 힘은 국제 사회에 있어 만고 불변의 진리입니다. 힘 없으면 당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억울하면 힘을 키워서 언젠가 제대로 갚아줘야죠. 이것을 부인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지질한 약소국으로 살아야 합니다. 다른 나라가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위로는 하겠죠, ‘너희 참 억울하겠다 하면서’ 그런데 남들에게 동정받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고 그 국민이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까?
이 기회에 우리는 일본을 좀 공부해야 합니다. 알아야 이기죠. 우리는 일본을 너무 모릅니다. 일본을 분석한 좋은 책이 있습니다. 하나 소개시켜드립니다.
<국화와 칼>이라는 책인데, 루스 베네틱트라는 미국의 인류학자가 미국 정부의 오더를 받아 일본을 공부하고 쓴 책입니다. 일본에 애증을 갖고 있는 우리 국민이라면 모두 한 번 읽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일본 애들의 수작이 눈에 다 보입니다.
골프에서 일본이 나오는 용어가 있습니다. 정식 용어라기 보다 별명이라고 보는게 맞겠는데, 서양친구들이 말하는 저팬니스 파 ( Japanese Par) 가 그것입니다. 레굴러 홀에서 2온 2펏으로 하는 파가 아니라 3온 1펏으로 하는 파를 기록하는 것으로 어프로치 파를 의미합니다. 사실 이런 파는 저희 같은 시니어골퍼에게는 아주 당연한 방식의 파이긴 하지만 힘센 서양애들에게는 영 마음에 안드는 방식일 것입니다. 물론 흑백 논리가 분명한 한국인에게도 환영받는 방식은 아닙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연유는, 주로 일본 친구들이 정식 코스( 2온 2펏)를 밟지 않고도 변형된 코스( 3온 1펏)로 파를 기록하며 자신들과 게임에서 밀리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상처입은 자존심을 달래려고 서양애들이 붙인 별명입니다.
그런데 이런 저팬니스파는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은 버디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3온을 하는데 어찌 버디를 합니까? 버디는 우리같이 조금은 무모하지만 항상 핀대를 노리며 샷을 날리는 한국인이 잘 합니다. 그럼 게임에는 누가 이길까요? 한국인 골퍼의 실력이 그린을 번번히 놓치는 요즘의 실력이면 일본 골퍼가 유리할 수도 있지만, 한국 골퍼의 실력이 향상되어 그린 적중률이 높아지면 저팬니스파는 상대가 안됩니다. 이렇게 이겨야 합니다. 그들과 같이 3온 1펏 방식으로 이기려 말고, 우리 방식으로 한국인 답게 이겨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인은 자신보다 월등한 실력에 뻑 갑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존경하고 따릅니다. 그들이 이순신을 존경하고 안중근을 경외하고 류현진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들은 3온 1펏이 주특기이지만 2온 2펏의 로망을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한국인 다운 실력을 키워서 언젠가 필드에서 확실하게 끝장을 내 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키고 크게 ‘꺄!~ 시원타’ 한번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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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녹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