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담양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푸빈마을
400년전 세 사람이 시작하여 지금은 푸빈마을 전체가 주로 바구니 같은 대나무공예품 생산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등나무(cây mây)와 대나무(cây tre)가 자라기에 알맞은 최적환경과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곳에서 죽세공예가 발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푸빈 죽공예 마을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서쪽으로25 km떨어져 있는 쯩미현 푸응이어읍(Phú Nghĩa, Chương Mỹ)에 자리하고 있다. 죽공예품의 요람으로 알려진 이 마을은 1700년경에 형성되었으며, 당시 마을이름은 푸호아짱(Phú Hoa Trang)이었으나, 1800년경 지금의 푸빈(Phú Vinh)으로 바뀌었고, 이후부터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함으로써 현재 베트남의 대표적인 전통 죽공예마을(làng truyền thống)로 성장했다.
베트남 수공예가들은 주로 째(Tre), 마이(May), 송(Song)같은 대나무나 등나무를 재료로 사용하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가볍고, 내구성이 있으며 흰개미에 강하다는 이점이 있다. 베트남의 대나무와 등나무 공예품은 1931년 파리에서 개최된 박람회(fair)를 통해 해외시장에 처음 선보였으며, 그 이후 200종류 이상이 해외로 판매되었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공예품으로는 바구니, 화분, 전등갓, 책 선반 등이 있다. 이곳에 오면 수백여종의 아름답고 정교한 죽세공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품은 쟁반(khay), 접시(đĩa), 소쿠리(rổ), 바구니(rá)등을 비롯하여 실내장식품, 책상, 의자, 화병 전등망, 초상화, 현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현재 유럽, 한국, 일본, 중국 등 전세계 각국에 활발히 수출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세계관광협회 등 여러 기관, 혹은 단체에서 이 마을의 잠재력을 인정하여 전문관광지로 특화될 수 있도록 갖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베트남 대나무와 푸빈 마을의 특색
대나무는 본래 중국 하남 지방이 원산지로, 아열대성 식물이며 벼과에 속하고 지구상에는 약 3,200여 종이 분포되어 있다. 대나무는 매년 죽순이 나오는데, 15~20일이면 키가 다 자한다. 즉, 하루에 최대 1m 씩 자라는 왕성한 성장활동을 25일 가량 계속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성장을 멈추고 본격적으로 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대나무는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특히 유명한데, 2차 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바로 대나무였고, 월남전 고엽제 살포에도 생존한 것도 대나무다.
베트남에는 죽세공마을이 여럿 있지만 이중 푸빈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죽세공 기술 또한 예술의 경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현재 마을 주민 가운데 90%가 죽세공에 종사하고 있으며, 국가가 공인한 명장만 8명으로, 이들의 제자들이 전국 각처에 흩어져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가 소개한 베트남의 대표적인 죽세공 장인들 가운데 윙방끼우(Nguyễn Văn Khiếu /1905- l983)옹이 가장 유명한데, 그는 대나무로 호찌민주석의 초상화를 제작 기증한 공로로, 주석을 접견하기도 했다. 또한 윙방띤(Nguyễn Văn Tình)옹의 죽세품은 품질, 디자인, 섬세함,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하며, 특히 독창성과 아름다운 문양은 독보적이어서 각종 박람회를 통해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윙방쭝(Nguyễn Văn Trung)옹은 러시에에서 개최된 박람회에서 볼가강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1982년경 쿠바, 라오스 앙골라 등에서 전문적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