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HANOI] 베트남을 지키는 용의 전설 – 하롱베이

 

에메랄드빛 바다에 3,000여개의 석회암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곳 – 하롱베이 (Hạ Long Bay)

하노이 남동쪽 광닌(Quang Ninh)성의 해안 절경지대 하롱만(Ha Long Bay)은 우리에게 ‘인도차이나’라는 영화로 알려진 아름다운 만이다. 영화 속에서 카트린 드뇌브의 수양딸 린당팜과 어머니의 연인이었던 프랑스 해군장교의 비극적인 사랑의 무대. 두 연인이 함께 숨어들었던 하롱만에는 3,000개나 되는 석회암의 섬들이 에메랄드빛 바다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석회암 기둥들로 이루어진 바다 경치는 장관이다. 험준한 자연 조건 때문에 대부분의 섬에 사람이 살지 않아,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카르스트 지형과 석회암 동굴이 만들어내는 절경

하롱베이의 지형은 물에 잠긴 카르스트(karst) 경관으로 유명한데, 이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은 수백만 년의 세월 동안 바닷물이 들고 나기를 거듭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대규모 석회암 동굴은 하롱베이의 또 다른 중요 경관인데 이곳에는 세 종류의 석회암 동굴이 있다. 지하수층 아래에 형성된 포화대형(phreatic) 동굴, 절벽 아랫부분의 측면 하방 침식에 의해 형성된 오래된 카르스트 지형의 동굴, 심하게 침식되어 파도에 깎인 단처럼 규모가 축소된 암석의 해수면에 V자형으로 형성된 동굴이 바로 그것이다. 하롱베이는 복합적 환경 아래에서 카르스트가 형성된 과정과 지리기후학적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독특하면서도 광범위한 자료를 갖고 있어, 1962년 4월 28일, 베트남의 역사 문화 유적 및 자연경관 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자연공원 영역에 등재됐다. 2000년에는 세계 유산 위원회가 하롱베이의 지질학적 가치를 추가적으로 인정하여 세계 유산 목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위치와 기후

하롱베이는 베트남 광닌성 통킹만 북서부에 위치한 만으로, 옌훙에서 하롱, 깜파, 반둥지역까지 걸쳐있으며, 남쪽과 남동쪽으로는 통킹만으로 접하고 북쪽으로는 중국과 맞대고 있다. 해안선 길이는 120km에 이르며 총 면적 1,553km², 부속도서 수는 총 1,969개에 이른다. 이 지역은 특히 생태적으로 다양성을 자랑하는데, 열대 기후 및 대양 생태계, 해안 생태계 등의 지질학적, 생물학적 다양성으로 인해 식물 14종과 동물 60종의 서식지가 되었다.
하롱베이는 열대 습윤 기후이고 실질적으로 계절이 둘 밖에 없는데, 덥고 습한 여름과 건조하고 선선한 겨울이 그 두 계절이다. 평균 기온은 15°C- 25°C, 연간 강우량은 2,000mm ~ 2,200mm 이다.

 

지명의 유래 – 용이 하강하다 !

하롱(Hạ Long)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한자 그대로다. 즉, Hạ (下)는 “내려온다”, Long(龍)은 “용”이란 뜻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용(Rồng xuống) 이라는 의미다. 바다 건너 중국이 베트남을 침략하자 이를 막기위해 하늘에서 용과 그의 가족이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들을 내뿜었는데 그것들이 바위가 되어서 하롱만의 섬들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이곳 주민들은, 이곳에 얽힌 전설에 대해 “과거 베트남 건국 초기당시 이민족의 공격을 받고 있을 무렵 바다에서 갑자기 용들이 올라와 무수한 진주(châu ngọc)를 쏟아 외족을 무찔렀다. 이후 어미 용과 새끼 용은 하늘로 승천하지 않고 이 지역에 살면서 이 지역을 지켰는데, 어미 용이 내려온 것이 Hạ Long이고, 새끼 용이 내려온 곳은 Bái Tử Long, 꼬리 부분이 Long Vĩ (오늘날의 Trà Cổ반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전설은 용과 천신의 후예라는 그들의 전통 관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용, 신선등의 존재는 베트남인들에게 대단히 친숙한 수호신들로, 실제로 이곳 섬에 산재해 있는 산들도 Đầu Rồng, Mắt Rồng, Hòn Rồng, Cái Rồng 등 상당부분 용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으며, 심지어 Long Châu섬, Bạch Long Vĩ 섬 등 이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섬들도 마찬가지다.

7천여년의 장구한 역사

이곳에서는 4,500년전 신석기 시대에 사용된 돌도끼가 발견되기도 했고 혼가이 섬에서는 호아빈 문화로 알려진 1만여년 전의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는 무인도지만 신석기 시대에는 사람이 살았다는 뜻이다.
또한 중국과의 인접성 및 바다로부터 육지로 들어오는 입구라는 특성상, 역사적으로 외세와의 해전에서 주 무대가 되어 왔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밧당강 (Bach Dang River) 수로에서 중국 군대가 상륙하는 것을 세 차례나 막아 낸 역사가 있다. 또한 해적들의 본거지로 사용되기도 했었고 1288년 쩐흥다오 장군이 이끌던 베트남 군과 몽고군과의 밧당강전투에서 사용되었던 말뚝들이 저장되었던 곳이 바로 항다우고(Hang Dau Go)다. 이 말뚝들은 쿠빌라이 칸의 함대를 침몰시키는 비밀작전에 사용되었다. 즉, 베트남군은 말뚝 끝에 쇠를 박고 만조시의 물 속에 꽂아 놓아 안 보이게 위장한 다음, 그 곳으로 몽고 함대를 끌어들였다. 간조가 되면서 물이 빠지면서 몽고군 배들이 뾰족한 말뚝에 부딛혀서 침몰하였다. 월남전 중에는 여러 섬들 사이의 해협들에 기뢰가 미군에 의해 깔렸으며, 이중 상당수가 제거되지 못해 아직까지도 위협이 되고 있다.

 

 

기기묘묘한 석회암 지형과 종유동굴

하롱만은 1,969개에 이르는 도서들의 모습과 이들이 만들어낸 총체적 환경으로, 이 거대한 규모의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들은 석회암이 풍화작용으로 깎여나가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 지역의 석회암은 2천만년 이상 열대습지 기후에 노출되어 카르스트화 되어 종유동굴을 가지고 있는 섬들이 대부분인데, 그 중 가장 웅장한 동굴이 Hong Hanh으로, 길이가 2km에 육박한다. 한편 빗물에 석회암이 녹아 나가서 동굴이 생긴 것처럼, 호수들도 많이 생겼다. 따라서 이런 석회암 섬들 안에 호수가 많다는 것도 하롱베이의 특징인데, 예를 들어 다우베 섬 안에는 6개의 호수가 있다. 한편 이곳에는 수상가옥이 많이 보이는데 20~30여채의 가옥이 무리지어 존재하는 곳을 볼 수 있다. 하롱베이에는 약 1,600명의 사람들이 4개의 마을에 살고 있다. 어업을 해서 먹고 살기도 하고 아니면 관광객 상대로 작은 배를 이용해서 과일, 잡화 등을 팔아 생계를 잇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