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미식가 – “이셰프의 공룡알 “

SBS 생활의 달인 팬의 왕, 수타왕 이정환 셰프의 퓨전 중식 레스토랑

명절 연휴가 지나니 갑자기 또 찬 바람이 분다. 비도 오고. 워낙 변덕스러운 하노이 날씨지만 설 연휴 끝자락에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기에 ‘아… 역시 베트남 하노이는 설만 지나면 봄이 오는구나’ 라고 잠시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비까지 내리니 … 춥다. 얼마 전 잠시 경남 랜드마크72에 있었던 씬짜오베트남 하노이 사업본부 사무실을 이곳 빈홈가드니아로 옮겼다. 미딩송다에서 10분 거리, 한인국제학교와도 멀지 않고 무엇보다 교민들이 많이 입주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사하면서 오가다 보니 큰 길가에 이상한 간판이 유독 눈에 띈다.

소문난 맛집 “이셰프의 공룡알”
응? 뭐지? 셰프와 연결하기엔 공룡 알이라는 단어가 생경하다. 주위 분들에게 물어보니 맛집이란다. (공룡알? 맛집? 쥬라기공원? 뭐 이런건가?) 그래서 가보았다. 위치는 찾기 어렵지 않다. 미딩송다에서 미딩경기장을 지나 일본국제학교와 MON CITY 단지를 거쳐 빈홈가드니아 아파트단지 입구에 있는 롯데리아 바로 옆이다. 들어가는 입구는 좁다. 좌측으로 커다란 투명 유리안에 조리실을 만들어 놓았는데 마치 우리 요리하는 것 좀 보고 가세요~ 라는 분위기이다. 내 기억 속의 중국집 주방은 차라리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씁쓸한 기억이었는데 이곳은 아예 주방을 오픈하여 청결과 위생에서 자신 있다는 몸짓으로 보였다.

SBS 생활의 달인 팬의 왕, 수타왕에 인증된 셰프
SBS 생활의 달인 팬의 왕, 수타왕 출신이라는 인증서가 붙어있다. 이창현 셰프. 그러고 보니 KBS 생생 정보통에서 한번 본 기억이 난다. 아하! 중국집이구나. 하지만 공룡 알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진다. 그리고 룸과 홀이 준비된 전 층을 둘러보았다. 채광이 좋고 인테리어가 깔끔하다. 직원들은 친절하고 상냥하다. 거두절미하고 메뉴판을 보며 물었다.
공룡알이 뭐예요?… 아하 음식이름이다. 모양이 공룡알처럼 크게 생겨서 붙어진 이름이며 겉의 튀김 옷은 여러 고기 종류를 믹스하여 만들고 내용물은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전복, 자연산 송이, 키조개 관자 등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이셰프의 비법소스가 가미되어 만들어진단다. 내친김에 셰프와 함께 메뉴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이곳의 시그니쳐 요리인 공룡알을 비롯하여 불도장, 덩어리 샥스핀, 송이관자전복, 전가복, 어향표고버섯 등의 고급요리가 자랑이지만 탕수육, 양장피, 깐풍새우, 칠리새우 등 익숙한 메뉴도 결코 빠뜨릴 수 없단다.
공룡알을 주문하니 점심 특선 메뉴도 자신 있다기에 (사실 잡탕밥과 생굴짬뽕이 땡겼지만) 함께 주문해보았다. 냉채와 잡채요리는 그런대로 맛과 향도 좋았지만 요리가 나오는 타이밍도 적절하였다. 어쩐지 열심히 테이블을 주시하는 종업원의 눈매가 예리하다 싶더니, 다음 요리의 제작시간을 고려하여 적절히 주방에 신호를 넣는 모양이다. 공룡 알 속에서 나온 자연산 송이향과 식감좋은 전복, 관자가 소스에 어우러지니 꽤 괜찮은 행복감이 밀려온다. 알 껍질 즉 튀김 옷도 그냥 버려지는 부분이 아니고 오히려 찹쌀 탕수육에 버금가는 맛을 자랑한다. 후식으로 나오는 생과일 주스도 정성스럽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살펴보니 흔히 만날 수 있는 주변의 중화요리집보다 다소 비싸다. 요리는 바로 만들어서 즐겨야 제맛이라는 신조 아래 아직 배달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데 방문 포장은 가능하다.

셰프에게는 다소 불편한 질문이겠지만, 궁금한 건 못 참으니 “이렇게 좋은 실력으로 각종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분이 왜? 그것도 하필 베트남에 왔나요?” 라고 돌직구를 던져본다. “한국에 있을 때는요, 치솟는 물가와 임대료에 직원들 급여까지 감당하다 보면 정말 살기가 너무 빡빡했어요. 그러다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어느 날 결심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왔습니다.”
셰프의 뻔한 질문에 익숙한 대답이지만… 유명 셰프의 음식을 한국이 아니라 이곳 베트남 하노이에서 즐길 수 있으니 교민들에게는 너무도 즐거운 소식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