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지난호에 이어 베트남 문화 제 2편으로 베트남 민족의 뿌리이자 근간이 되는 베트남 전통가족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베트남인들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족간의 호칭, 가족관계변화등을 살펴봄으로써 베트남인들의 가족문화를 배워보자.
가족간 기본단위 3세대 (Ba thế hệ 바테헤 3 세대)
베트남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통적인 가족 이상형은 인자한 부모, 효도하는 자식, 사이 좋은 형제다. 즉, 유교 사상은 수세기 동안 중국, 일본, 한국과 베트남의 가정에 많고 깊은 영향을 미침에 따라 베트남 전통 가족은 가족의 일원 모두가 혈통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강하며, 보통 3세대가 함께 생활한다.
즉, 옹바 (ông bà ;할아버지 할머니) – 짜매 (cha mẹ ;아버지 어머니) – 꼰까이(con cái ;자녀) 등, 한 가정에는 보통 3세대, 즉 바테헤(ba thế hệ)가 모여 살며 그 중심에는 쭈꼿(trụ cột;가장-기둥이란 뜻)이 있는데, 쫑(chồng;남편), 혹은 짜 (cha;아버지)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가족 형태는 매우 보편적이며, 특히 북부지방 농촌에 집중적으로 있는데, 장점으로는 서로 강한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고, 옛 문화와 풍습, 예식 등을 지킬 수 있으며, 가풍, 가례, 가도 등을 나타낼 수 있다. 전통 가족의 가족 일원은 물질적, 정신적으로 서로에게 가까이서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나은 환경에서 노부모를 부양하거나 어린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었다.
가족간 호칭, 깟쑹호 (Cách xưng hô 깟쑹호)
각 지방에 따라 가족간 호칭이 조금씩 다르다. 즉 흔히 아버지, 어머니를 짜매(Cha mẹ)라 부르는데, 어떤 곳에서는 보바(Bố ba),짜마(Cha má)라고 하기도 하며 특히 일부지역에서는 성조를 달리하여 어머니를 마(Mạ)라 부르기도 한다.
한 편, 조부모에 대한 호칭은 대게 공통적이어서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옹노이(Ông nội)와 바노이(Bà nội), 외할아버지는 옹응오아이(Ông ngoại), 외할머니는 바응오아이(Bà ngoại)라고 부른다. 여기서 노이(Nội)와 응오아이 (Ngoại)는 각각 내외 (內外)를 뜻하는 말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의 경우도 외가쪽 보다는 친가쪽이 더 가깝다. 그 외에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고모, 외삼촌 등은 남부와 북부의 호칭이 다소 다른데 구별하자면 다음과 같다.
남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박가이(Bác gái), 작은아버지와 작은 어머니는 쭈(Chú), 팀(Thím), 고모와 고모부는 꼬(Cô), 증(Dượng), 외삼촌과 외숙모는 꺼우(Cậu), 머(Mợ), 이모와 이모부는 지(Dì), 증(Dượng)이라고 한다.
북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는 호칭이 남부와 같되 고모와 고모부는 꼬(Cô), 쭈(Chú)라 부르며, 그밖에 큰외삼촌과 큰외숙모 혹은 큰이모와 큰이모부 등은 모두 박(Bác)또는 바(Bá)라 부른다.
한편, 형제자매중 첫째를 트하이(Thứ hai;두번 째란 뜻)라 부르는데, 이는 우리와 다른 점이다. 즉 집안의 맏형이 트하이, 둘째가 트바인데, 그 이유는 예로부터 수 없이 전쟁을 치러 온 탓에 집안에 첫째가 전사하고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사촌들끼리는 안앰바꽁(Anh em bà con), 혹은 호항(Họhàng)이라 부른다.__
베트남 전통 가족의 특징
베트남 사람들은 가족이 사회의 중심축으로서 자식의 효도를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간주한다. 즉, 자녀들은 부모에게 감사하며, 자신을 희생하여 가족을 최우선적으로 사랑하고 노령의 부모를 돌보도록 교육받으며 성장한다. 한편 가족 개인의 불미스러운 행동이 사회에서 가족, 조상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미덕과 성공은 가족의 명예와 자존심으로 귀결된다. 이외에도 가정에서는 부모, 형, 누나, 친척 등 연장자를 존경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순종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최소단위, 운명공동체
베트남 가족을 상징하는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대게 아버지는 신문을 읽고 어머니는 앉아서 바느질을 하곤 한다. 또한 자녀들은 공부를 하고 조부모는 옛 이야기를 들려 준다. 즉 이들에게 아버지는 지식의 전수. 어머니는 근면, 성실함과 부지런함의 모본, 자녀들은 교육과 배움의 당위성, 조부모는 형제애, 질서, 화합 등 미풍양속이나 전통문화 계승의 역할을 강조하곤 한다.
신앙의 요람
베트남 전통 가정을 방문하면 예외없이 집안 한 가운데 사당이 차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흔히 요(Giỗ;기일), 뗏(Tết;명절) 등의 기회만 찾아오면 조상들의 은혜를 늘 잊지 않고 살아 갈 것을 강조하곤 하는데, 조상을 모신 사당이야 말로 이들에게는 현장학습을 위한 더 없이 좋은 장소가 된다. 그러므로 베트남인들에게는 조상을 섬기고 받드는 일이야 말로 자손들의 기본 의무이자 본분이며 조상들의 본을 받아 살아 가는 것 역시 모든 후손들이 명심해야 할 미풍양속이다.
작은 법원
가산상속, 기타 재산문제 등 집안에 법률적인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가족의 제일 높은 어른이 가족회의를 주재한다. 그는 가족 구성원들을 한 자리에 모은 뒤, 중대 문제나 사안에 대해 최종의사를 개진하며 가족 구성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장의 의사를 존중하여 받든다.
작은 인생 상담소
가족은 작은 인생 상담소와 같은 곳이다. 가족구성원들만큼 서로의 행복한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즉 학비, 생활비, 병원비,
결혼식 등 집안 사정상 돈이 부족하거나 긴급한 일이 발생하였을 때 가장은 그의 어려움을 기꺼이 들어주며 지체없이 가족들을 불러 문제를 처리하곤 한다. 이처럼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힘겨워 하는 가족구성원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는 일은 가장의 몫이다.
기초 교육의 토대
대체로 자상한 베트남 남성들은 흔히 저녁나절 자녀들을 책상 앞에 모으고 학습지도를 체크하고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곤 하며, 어머니는 각별한 애정과 관심으로 자녀들의 도덕심 함양에 힘을 기울인다. 이렇게 부부가 공을 들여 자녀들이 좋은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게 되면 자녀들 역시 반드시 그 은공에 보답하고자 애쓴다. 베트남 교육열은 한국에 못지 않다.
작은 은행
사업자금, 집짓기, 자녀 유학, 기타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재정적인 문제에 봉착했을 때 역시 가족이 특별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 즉 일반은행에서 필요자금을 대부 받기는 힘들지만 베트남인들은 종종 가족구성원을 통해 어려운 재정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
요즘 베트남사람들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서구식 사고와 새로운 가치들이 더해져 이혼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춘, 청소년 마약, 외도, 자녀 유기, 노부모 방치, 형제간 재산분쟁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에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베트남 가정의 날(6월 28일)을 정해 대대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는 등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중 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다수 베트남인들에게 가족이란 하나의 운명 공동체와 같은 것이다. 개인의 기쁨이 곧 가족구성원 전체의 즐거움이 되며, 개인의 슬픔 역시 가족 모두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슬플 때는 위로하고 기쁠 때엔 즐거움을 함께하는 가족이야말로 더 없이 소중한 안식처요 교육과 지식, 덕성함양의 요람이자 사회전체의 기반이자 기둥이다.
다음 호에는 베트남 종교에 대하여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