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차고 넘치는 게 옷인지라 한두 해 입고 버리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에스피에이(SPA·제조 유통 일괄형) 브랜드 전성시대로 새로 생긴 쇼핑몰에 유니클로, 자라, H&M이 없으면 구색이 덜 갖춰진 듯 하여 서운하기까지 하다. 더운 여름나라 특성상 큰 돈 드는 외투도, 값나가는 보온잠바도 필요가 없으니 싸다고 이것저것 살들인 옷이 태산을 이루어도 정작 뉘 집 잔치라도 갈라치면 마땅한 옷이 없다. 어쩌다 한번 필요한, 남편 양복이나 와이셔츠도 여기서는 소인국 말라깽이 전용으로 별로 크지도 않은 풍채가 새삼 위대해 보이는 지경이다. 딸아이 학교 공연복, 아들놈 음악회 연미복, 회사 직원들 워크샵 단체복은 도대체 어디서 맞춰야 하는 걸까?
우리나라 광장시장이나 동대문 원단시장 같은 곳이 베트남에는 없는 것인가? 원단을 구했다면 어디서 맞출 수가 있나? 동네 로컬 수선집에서 이런 거 해주나? 호찌민 입성 겨우 5개월 말도 안 통한다. 물가를 생각하면 한국대비 확실히 쌀테고, 손재주 좋기로 유명한 베트남 사람들인데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구나… 참으로 답답한 이내 마음 누가 쫌 풀어주시오~
씬짜오 베트남 기자단이 풀어드리지요~ 발바닥 불 나는 취재 열전 지금 시작합니다.
Chapter 1. 천을 사러 떠나요! 베트남 원단시장 돌아보기
베트남에서 원단을 살수 있는 곳은 크게 4군데로
3군 하이바쯩 (Hai Ba Trung)거리 떤딘(Tan Dinh)시장, 1군 벤탄(Benh Thanh)시장, 5군 안동(An Dong)시장, 5군 소아이낀럼(Soai Kinh Lam) 원단거리 정도이다. 벤탄시장은 잘 알려진 관광지의 특성상 기본가격대가 높고 흥정이 쉽지 않다. 5군원단거리는 길거리에 늘어선 가게들로 베트남 길거리 쇼핑이 익숙지 않은 한국인들은 초입부터 벌써 버겁다. 하지만 원단가격은 가장 착하다. 안동시장은 많이 알려진 재래 시장으로 원단 이외에 여러 물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천 가게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기자단은 1군,2군,7군 어디서도 접근도가 좋고, 상점들이 집약적으로 모여있어 근거리 쇼핑이 가능한 3군 하이바쯩 원단시장을 이번 기획의 목표지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주거지와 가까운 곳을 원하거나, 베트남 현지 물가와 가격 흥정, 현지 사정에 능하신 분이라면 어느 곳이든 상관이 없다.
3군 하이바쯩 거리 원단시장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원단 가게가 10여개 늘어서 있고 반대편은 실내시장으로 우리나라 동대문 상가처럼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대로변에 위치한 가게들은 제법 규모가 있고 다양한 원단에 원하는 것을 직접 만지거나 몸에 대보거나 하기가 용이하다. 공간적인 여유가 있어 손으로 가르키며 “저~기 왼쪽 밑에서 두번째 옆에 옆에” 이런 식의 방향지시는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