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골프장은 다 그렇긴 하지만 특히 요즘은 날이 더워서인지 각 골프장마다 야간 라운드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데, 최근 몇 번의 야간 라운드를 해보았습니다. 주간골프와는 많은 점이 다릅니다.
특히 야간 라운드에서 느끼는 정취가 결코 일상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은 이런 야간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도시 생활의 야간이란 어떤 것인가요? 세상이 어둠에 잠기고 동시에 그것과 배치되는 화려한 조명이 열리면서 그 조명과, 조명이 미치지 못하는 그늘이 교차하며, 뭔가 고요하고 내밀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풍성한 화제거리를 만들어 내는 소란스런 장면을 연상케되는데 필드의 야간은 이런 도시의 밤과는 전혀 다른 정취를 만들어 줍니다.
하루종일 힘겨운 일상을 끝낸 태양이 서산으로 모습을 숨기며, 높은 하늘을 불러내려 만든 저녁노을이 골프장을 붉게 물들일 즈음이면, 필드의 잔디도 노곤한 몸을 재우려 고개를 숙이기 시작합니다.
붉은 저녁노을마저 기운을 잃어 갈 때가 되면, 그것을 대신하는 듯 느닷없이 열리는 화려한 조명, 뜨거운 대지를 식히러 내려앉던 하늘의 어둠이 예상치 못한 눈부심에 놀라, 짐짓 그 하강을 멈추고 인간이 만든 화려한 세상을 내려봅니다.
하루 일과를 무사히 보낸 골퍼들이 기대 담긴 미소가 그려진 가벼운 옷 차림으로 불빛 찬란한 조명아래 골프채를 걸머지고 하나 둘 모여듭니다. 이런 밤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도 남다른 정취를 던져 주지만 마치 골프공이 지나간 흔적인 양 드러나는 하얀 초생달이 제격입니다. 땅 위의 조명에 빛을 발하는 초생달을 바라보면 이곳이 골프장인지 정성스럽게 골라 다니러 온 리조트의 밤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맑은 조명을 받으며 검은 하늘을 뚫고 날아다니는 하얀 공은 한 여름밤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렇듯 야간 골프는 열기 넘치는 한 낮의 라운드와는 전혀 다른 골프를 만들어 줍니다.
야간 골프가 좋은 이유는 첫 번째로 시간상의 이점입니다. 오후 3시 30분에서 4시 사이 첫 티 오프가 열리는 야간 골프는 적어도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을 느긋하게 즐긴 후 오후 업무를 한 두시간 더 보고서도 라운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골프로 인한 업무 지장이 최소화된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한 낮의 더위입니다. 우기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뜨겁기만 한 날씨, 한 낮의 태양아래 라운드를 돌며 부실한 체력을 혹사시키는 호기를 부릴 시기는 지난 듯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베트남에서는 그렇게 뜨겁던 태양도 일단 해가 지고나면 낮은 습도 덕분에 더위를 잘 느끼지 못할 만큼 쾌적한 기온이 되어, 한낮에 땀 범벅이 되어 헤매던 같은 골프장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전혀 다른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또한 야간 골프는 라운드 요금이 저렴합니다. 엄청 밝은 조명을 추가로 사용하는데 요금이 저렴하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수요에 의한 시장 가격이 그렇게 만든 모양입니다. 대체로 대부분의 골프장의 야간 라운드 요금은 저녁을 포함하여 170만동 정도 됩니다.
공항 근처에 있는 떤선녓 골프장은 그 가격에 저녁과 카트까지 제공을 하여 밤 늦은 시간에 한국으로 출국하는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이렇게 저렴한 요금에 체력도 아끼고 시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석삼조의 이득을 건질 수 있는 것이 야간 골프의 표면적인 매력입니다. 이런 표면적인 잇점 외에 야간 골프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한 낮의 흥분된 분위기와는 달리 차분한 라운드가 가능합니다.
또한 어둠으로 둘러 쌓인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는 동반자와의 결속력을 높혀줍니다. 다른 골퍼들이 이곳 저곳에 보이는 사방이 터진 한 낮의 골프장에서 못느끼는 동료의식이 찾아옵니다. 한 동안 소원했던 친구가 있었다면 함께 야간 라운드를 하며 관계를 새롭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야간 골프는 골프 실력을 키우는 데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일단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공을 찾기 힘들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조명이 미치는 페어웨이로 시야가 모아지니 기본적으로 스윙의 집중도를 높여 줍니다.
또한 페에웨이에서의 샷이라도 조명에 따라 헤드가 공을 가리는 그림자를 만들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이 힘들다는 난제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 공을 때리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헤드의 궤도를 상상하는 스윙이 유리합니다. 이런 사고의 변화는 임펙트에서 샷이 끊어지는 스윙을 갖고 있는 골퍼에게 다른 스윙을 익힐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그린 주변의 어프로치의 경우, 거리 감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습관적인 거리 측정보다 좀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낮에 보는 거리보다 밤의 핀이 좀 더 멀어 보이는 듯합니다. 그래서 훌쩍 핀을 넘기는 어프러치가 자주 나옵니다.
조심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모기를 피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밝은 색의 옷으로 검은 색을 좋아하는 댕기열 모기를 피하는 것이 좋겠고, 공을 분실하는 경우가 낮보다 많이 발생하니 여유분을 갖고 나가시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분실물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니 가능하시면 지갑이나 귀중품은 두고 나가시기를 권장합니다.
그리고 야간 골프에서도 그늘집을 돌같이 보며 그저 공만 바라보며 날쌔게 달리기만 하는 골퍼들이 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그 아름다운 여름밤의 정취를 언제 즐기시려고 그렇게 달려가는지 참 답답합니다. 야간 골프는 늦은 시간이라는 이유로 좀 진행이 빨라 질 수는 있는데 의도적으로 라도 속도조절을 하며 여유를 갖는 것이 여름밤의 야간 라운드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낭만적 정취가 가득한 야간 라운드를 단지 골프를 치기 위함으로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요? 여러 다른 요소도 충분히 즐길 마음의 여유를 가지시길 권유합니다.
감사합니다.
O.K.
Let’s enjoy the night( afternoon?) golf.
Thank you for your ni
ce colu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