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인상에 여유로운 미소로 생긴 잔주름이 그의 고향, 하회마을의 하회탈을 연상 시킨다.
하노이 시장 조사겸 들린 하노이 코참에서 만난 류항하 회장의 첫인상이다.
그는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징비록을 쓴 서애 류성룡 대감을 배출한 풍산 류씨의 14대 손이다. 그러니 태생부터 선비다. 그런데 별로 나설 것 같지 않은 점잖은 선비가 하노이 교민시장의 주요 단체를 석권하고 있다. 하노이 코참의 회장이자 하노이 한국학교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첫 질문으로 던진 것이 그것이다.
하노이에 인물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류회장이 워낙 출중한 인물인 탓인가? 전혀 성격이 다른 두가지 단체의 수장을 맡게된 연유가 무엇인가?
별 다른 연유는 없다. 코참 회장이 한국학교의 당연직 이사인데 마침 이사장님이 사임을 하시고 공백이 된 자리에 이왕 이사를 하시는데 이사장도 하시라는 당부가 들어왔다. 성격상 타인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품에 밀려 이렇게 중임을 두 개씩이나 맡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분이 인물이긴 인물이다. 그는 10년전 이미 제 6대 코참회장을 역임한 터다. 그리고 다시 11대와 12대 회장을 중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남긴 하노이 교민사회의 흔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먼저 코참 회장으로의 질문을 시작해본다.
최근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업체가 러쉬를 이루고 있는데 호찌민과 하노이 어느 지역에 더 많은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가?
베트남 투자 초기에는 물론 호찌민으로의 투자가 많았지만 최근 3여년 전부터는 하노이가 호찌민지역 투자를 능가하고 있다. 삼성과 엘지가 하노이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 벤더들도 있고 그와 별도로 개별적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이 하노이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고 본다.
왜 하노이 지역의 투자가 활발한가?
아무래도 중앙정부가 위치한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행정 면에서나 인프라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하노이 지역에 투자한 한국 회사는 얼마나 되고 코참 회원수는 얼마나되는가?
약 2200여 업체가 진출을 했는데 모든 회원을 코참의 잠정적 회원(부회원)으로 처리하고 있고 회비를 내거나 낸 적이 있는 업체를 정회원으로 두고 있는데, 그 수는 약 500여 업체다. 회원 등록율이 25%정도에 머무르고 있는데, 베트남 코참이 한국에 있는 미국의 암참과 같이 베트남의 경제에 영향력을 부여하기위하여 보다 많은 한국 투자자들의 깊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
하노이 코참은 언제 설립되었는가?
하노이 코참의 전신을 하노이 경제인모임으로 본다면 수교 전부터 대규모 투자를 한 (주) 대우의 김주성 이사의 주도로 하노이 경제인 모임이 만들어진 1992년을 시작으로 본다. 아마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교민단체라고 생각한다.
하노이 코참과 호찌민 코참의 역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하노이 코참은 아무래도 중앙정부가 속한 곳에 있는 관계로 중앙정부와의 만남이 용이하다는 면이 지방정부를 일차로 상대해야 하는 호찌민 한인회와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그 예로 지난번 한베 FTA가 발효될 2015년 당시 그 발효를 차년도 2016년 일월로 정하고 있었는데 FTA라는 것이 년도를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12월이 되더라도 그해 발효를 하게되면 한달만 지나도 2년차가 되어 관세율 변동 등의 조약 적용 사항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하자는 희망을 한국정부가 갖고 있었다. 이런 정부의 취지를 받고 하노이 코참에서는 베트남 정부의 경제부 차관의 접견을 통해 그해 12월부터 조약이 발효되는 것으로 확약을 받아서 실효를 일년 앞당기는데 힘을 보탠기억이 있다. 이처럼 중앙정부를 가까이 두고있어 우리 정부나 한국 투자자들의 요망사항을 적시에 필요한 곳에 바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호찌민과 다른점으로 본다.
실제로 그는 2016년 베트남 코참 총 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VBF( Vietnam Business Forum: 베트남에 투자한 각국 경제인 단체와 베트남 정부의 소통의 창구로 각국 chamber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단체다) 의 Co- Chairman을 맡아 베트남의 상공 협의회 회장과 함께 베트남의 경제 정책에 각국 투자자의 애로점을 베트남 정부에 전달하고 그에 필요한 정책들을 수립하는데 깊숙히 관여하여 왔다. 지금도 그런 막강한 인맥으로 코참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회장으로서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코참에 가입해야 할 이유와 코참 회원이 받는 혜택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박 정배 사무실장이 대신했다.)
1. 코참 회원사에 드리는 혜택
• 기업 경영에 필요한 각종 정보 제공: 매월 각종 세미나, 메일, 홈페이지
• 코참 세미나 참가시 회원사 우선 초대
• 코참 홈페이지 자료실 (코참 세미나 자료 외 각종 전문 자료 수록) 사용
• 각종 법령 번역 및 자료집 제공
• 상호간의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 베트남 기업, 외국 기업)
• 매년 발간하는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 디렉토리 제공
•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코참 멤버쉽 카드 제공
• 회사 경영애로사항에 대한 질의 시 전문가 자문 제공
• 코참 행사 및 코참 관련 행사 우선 초청
• 회원사 홍보 서비스 제공 : 홍보메일 및 디렉토리 광고
2. 코참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
하노이 인민위원회에 정식 등록된 단체로
• 회원 상호간 유익한 시장정보 공유 및 자료 제공
• 회원사의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위한 지원
• 주재국 정부관계기관 및 회원사간 네트워킹
• 한국, 베트남간 통상 및 투자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진출 한국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가입으로 운영됨.
베트남의 경제 전망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이다. 특히 지난 번 미국을 제외하고도 지속하기로 합의한 CPTPP의 혜택과 올해 발효가 예상되는 VN-EU FTA등의 호재로 베트남 경제는 한번 더 도약을 할 것으로 보이고, TPP 조약에 미국이 참여한다면 더욱 전망은 밝아 질 것이다. 아직 한국 참여가 결정되지 않은 이 조약이 당장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나중이라도 한국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조약체결 만을 기회로 여기고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이 있는데 그들의 희망이 채워지는 듯하여 기쁜일이다.
이 조약이 발효되고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들의 탈 한국화와 베트남 러쉬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제를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학교로 돌렸다.
기본적인 학교소개와 함께 항상 논란이 되는 한국학교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이사장과 학교장의 역할 분담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현재 하노이 한국학교는 하노이 교민수가 3~500여명에 불과한 2004년부터 교민들의 모금을 시작하여 2007년 개교를 했는데 당시 학생수 50명으로 출발한 학교가 이제 학생수 1,700여명에 이른다. 매년 학생수가 250~300명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학급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필요한 증축이나 분교 등 학교 발전을 지속하기 위하여 교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교민들의 모금으로 시작된 학교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은 터라, 그 성격이 호찌민 한국학교와 동일하게 공급학교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립학교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학교를 실제로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자금의 출처를 근거로 학교의 정체성에 대하여 정의를 가능하다. 현재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지원금은 학교를 운영하는 데 25% 정도를 차지 하고 있으니 그만큼의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운영비를 학생들이 부담하고 있으니 그 비율만큼 교민사회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봄이 좋을 듯 하다.
논리적으로 수긍이 가는 명쾌한 정의다. 이는 한국의 교육부에서 파견되는 교장과 교민사회에서 선정하는 이사장의 책임과 권한을 정하는 근거로 작용 될 듯하다.
호찌민 한국학교도 역시 같은 적용이 가능한 것이라 짐작된다. 한국학교 이사장 자리는 올해 3월에 시작한 터라 그 자리에 맞는 상세한 인터뷰는 차후 다시 하기로 하고 그의 개인적인 사항으로 화제를 바꿨다.
류항하 회장에게 베트남은 어떤 의미인가?
한마디로 제 2의 인생을 살도록 기반을 마련해준 고마운 곳이다. 이곳에서 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베트남인들을 보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결과를 보며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었다. 자기 성찰이 가능한 귀한 경험의 시간을 보낸 곳이다.
경제 단체의 수장인 그는 개인적인 투자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주로 베트남 펀드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작년에만 30%이상의 수익을 보았다. 부동산 투자 역시 전망이 나쁘지 않고 한국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의 정기 예금도 좋은 투자처가 된다는 생각이다.
인터뷰 내내 독자들이 미소를 지을 만한 재미있는 화제가 등장하지는 않았다. 선비를 상대로 재미를 찾는 것은 예의가 아닌 탓인가? 그보다는 일반인에게는 무겁고 어려운 경제단체의 수장으로서 인터뷰가 분위기 자체를 그렇게 만든 듯하다. 다음 한국 학교 이사장으로서의 인터뷰에는 뭔가 우리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화제가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그는 1956년생, 안동출신으로 인하공대를 졸업하고 아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2002년 베트남에 진출하여 철강 관련 사업을 운영하다, 2006년 두산 중공업 초대 법인장으로 영입되어 두산 비나 설립을 주도하며 베트남에서 두산의 역사를 만들었다. 그는 현재 14년째 하노이 한인교회 남성 중창단의 단장으로 수고하고 있는 부인과 함께 하노이 교민사회에 귀한 자산으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대담 한영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