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게임의 주인

이번 주말 3월 9일 부터 11일 까지 베트남에서 보기 힘든 골프 게임이 펼쳐집니다.
한국투자 증권(베트남 지사 대표 박원상)이 스폰서로 등장한 한국여자골프대회(KLPGA)가 빈증에 있는 트윈도브스 골프장에서 열립니다. 지난해 12월에 같은 골프장에서 효성그룹이 스폰서를 한 2018년 KLPGA개막전이 열렸었습니다. 그때는 교민들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개막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열린 대회라 개막전이라고 인식하기 보다는 연말 이벤트 게임같은 분위기 였죠. 그 경기에서는 최혜진이라는 유명한 루키 선수가 우승을 하며 자신의 시대가 펼쳐짐을 알렸죠.
이번 경기는 2018년도 새해의 첫 경기 입니다. 정식 개막전이라는 이름은 이미 작년에 사용되었지만 그래도 실질적으로 신년도 첫 경기라는 면에서 개막전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겨울동안 갈고 닦은 선수들의 빛나는 샷을 직접 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온셈입니다. 많은 교민의 참관을 기대합니다.
이런 골프 경기가 열리면 갤러리의 참관 매너가 화두로 등장합니다. 골프 경기라는 특성상 갤러리에게도 참관 에티겟이 요구되는데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샷을 할 때는 움직이지 말라. 경기 중에 페어웨이로 건너다니지 말라. 뭐 그런 것 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갤러리에 대한 참관 매너에 대하여는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게임인데 너무 선수 위주의 매너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수들의 플레이가 방해 될 정도의 소요는 안되지만 좀 자유로운 분위기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골프 경기는 갤러리에게 마저 너무 지나친 매너를 강요하는 듯하여 하는 말입니다.
모든 운동 경기가 대중을 상대로 펼쳐지는 것이라면 사실 그 경기의 주인은 선수가 아니라 관객입니다. 그런데 선수를 위해 관객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점도 있습니다. 특히 선수들이 샷을 할 때 움직이지 말고 소리도 내지 말라는 조항, 이거 타당한 건지 의문이 듭니다.

지난번 테니스의 정현 선수가 호주 오픈에서 4강까지 올라 국민들에게 깜짝 기쁨을 안긴 적이 있는데 그때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테니스 역시 개인 경기라는 특성 때문인지 관객들에게 많은 참관 매너를 요구합니다.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 소리를 내거나 이동하지 말라는 것과 선수가 실수로 점수를 잃었을 때 박수 치지 말라는 등의 매너입니다.
당시 정현 선수의 8강 경기때 상대는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린이라는 신예 선수였는데 두번째 세트가 타이브랙으로 이어졌을 때 테니스 샌드그린 선수가 연이은 실수로 정현 선수가 점수를 가져갑니다. 정현선수를 응원하는 관객들이 샌드그린 선수의 샷이 망에 걸리자 박수를 칩니다. 이에 테니스 샌드그린 선수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합니다. 그것도 두번 씩이나 관객을 향하여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귀에 손을 대고 내가 한 소리를 못 들었냐 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합니다. 결국 그 선수는 그 세트에서 집니다. 그러자 정현선수가 관객을 향해 양 손을 아래 위로 흔들며 환호를 유도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 샌드그린 선수의 태도가 마땅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수가 관객의 매너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어도 지도를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테니스 경기가 예전의 귀족들이 자신의 집안에서 자기들끼리 즐길 때라면 그런 매너가 요구될 수 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대중을 상대로 기량을 뽑내는 경기가 된 이상 이제 경기의 주인은 선수가 아니라 관객이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관객이 없다면 그들은 남의 나라까지 와서 경기를 할 이유가 없겠죠. 그리고 엄청난 상금을 챙길 수도 없구요. 관객이 내는 돈으로 상금을 취하는 선수라면 관객을 지도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이제는 테니스나 골프나 다 관람하는 관객이나 시청하는 시청자가 주인인 경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관객의 성향을 맞는 경기 룰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관객들의 자유로운 관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체 경기에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야구나 축구 등의 경기에서 선수가 경기를 할 때 조용히 하라는 조항이 있던가요? 선수끼리는 동업자의 매너가 있을 수 있어도 관객에게 선수가 실수할 때에는 박수 치지 말라는 등의 안아무인적인 선수 위주의 일방적 요구사항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골프나 테니스가 대중을 상대로 관람을 허용한다면 이제는 관객의 수준에 맞는 경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선수가 몰입의 상태가 되면 관객들이 뭔 소요를 일으켜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뭐라고 떠드는데 플레이에 집중을 하느라고 전혀 듣지 못하는 경우.

아마추어 골프에서도 이런 경기 매너에 대한 논란으로 경기가 변질되는 경우가 곧잘 생깁니다. 자신이 샷을 할 때 누군가 움직였다고 화를 내면서 분위기를 망치는 골퍼들이 제법있죠. 그런 골퍼에게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골프는 그래야 되는 것으로 알았으니 탓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전히 그런 매너가 통용된다면 여전히 그런 자세를 탓할 수는 없지만, 타인과 여럿이서 게임을 하는 경우라면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도 배려를 해야 하는 것도 사회인으로 지켜야 할 에티켓이라고 믿습니다.
가끔 그런 매너를 엄격하게 요구하는 동반자가 있으면 그와 같이 하는 플레이가 반갑지도 즐겁지도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엄격한 매너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자신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데 그런 매너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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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한 사람 한 사람 순서대로 치는 게임이고, 또 자칫하다가는 공이나 클럽에 맞는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게임을 할 때는 순서를 지키고 공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남의 플레이에도 관심있게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에 100%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런 정도면 충분합니다. 동반자가 자신의 샷에는 지장없는 곳에서 좀 움직이면 안되나요? 소리를 지르지 않는 한도의 자연스런 환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는 것은 사실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잡음이 들린다고 샷에 영향을 받는다면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는 어찌 샷을 합니까?

골프가 맨탈게임이니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골프와 가장 유사하게 맨탈을 강조하는 것이 야구의 투수입니다. 투수가 갖는 맨탈 역시 골프와 같이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야구투수는 수많은 관중들의 아우성에 기구까지 동원한 응원이나 야유 앞에서 게임을 합니다. 축구에도 마찬가지죠. 페널티 킥을 할 때 상대 응원단은 공을 잘 못 차라고, 실수 하라고 골문 뒤에서 거의 실성한 듯한 야유를 보냅니다. 그래도 그 선수들은 아무 소리하지 않고 플레이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게임의 주인은 선수가 아니라 관객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운동이든 그 게임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은 선수가 아니라 그 게임에 관심을 갖고있는 대중입니다. 대중의 관심이 사라진 게임이나 운동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는만큼 모든 게임 역시 시대에 맞는 흐름을 타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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