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와 ‘잔 에뷔테른(Jeanne Ebuterne)’
‘모딜리아니’는 우리들의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서부터 친숙했던 가늘고 긴 목과 눈동자가 없는 초상화 그림의 작가입니다. 그 초상화의 주인공의 대부분은 그의 연인인 ‘에뷔테른’이며 그녀를 만나고 ‘모딜리아니’가 죽기 전 3년간 그는 그녀만의 초상화를 16점이나 그렸습니다.
아몬드 같은 눈, 앙증맞게 오므린 입, 왜곡된 코, 그리고 길게 늘어진 목으로 아프리카 원주민의 기형화된 용모를 연상시키는 별난 작품을 주로 그린 화가입니다.
‘모딜리아니’ 는 평생을 무명 화가로 가난에 찌든 생활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운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천재 화가입니다. 그가 천재라는 것조차 사후의 평가라니 참 각박한 삶을 살았나 봅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성하기 위하여 22세에 파리로 건너가 작품 생활을 합니다. 대부분의 돈 없는 무명화가들은 아르바이트로 생활고를 해결하며 그림을 그렸으나 그는 그림 하나로 먹고 살겠다고 오직 그림에만 매달립니다. 가난은 운명처럼 그의 삶에 붙어 다닙니다. 더구나 선천적 결핵과 무절제한 생활은 그를 자멸의 길을 유도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술사에서 손꼽는 미남으로 인정될 정도의 화려한 용모에 사랑이라면 목숨도 불사하는 이탈리안, 화려한 여성편력은 당연히 따라옵니다. 그는 아마도 사랑을 위해 그림을 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딜리아니’에게 삶은 무엇이었나? 그림이었나? 사랑이었나?
모딜리아노는 사랑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그것도 목숨을 건 잔인한 사랑. 그의 연인으로 그의 삶에 등장한 ‘잔 에뷔테른’은 그의 사랑을 완성시킵니다.
당시 ‘모딜리아니’에게 놓인 환경과 여건은 이들의 사랑이 순탄할 수 없음을 예고합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보수적 부르주아 집안의 ‘에뷔테른’ 부모는 19세의 어린 딸을 34세의 가난에 찌든 유태계 무명 화가에 화려한 여성편력을 덤으로 지니고 있는 모딜리아노를 인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녀 부모의 완강한 반대로 ‘잔 에뷔테른’은 오히려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사랑을 택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가족과 친지 그리고 부와 명예를 보장하는 삶을 버린 가혹한 선택이었습니다. 두 연인은 딸을 낳으며 불 같은 사랑에 온 몸을 던집니다. 그러나 여전히 알코올 중독과 방탕한 생활로 ‘에뷔테른’을 힘들게 했던 ‘모딜리아니’의 건강은 더욱 나빠져 결국 그들이 동거한지 3년 후인 1920년 1월 24일, 모딜리아노는 36세의 나이로 용광로 같은 삶을 마감합니다.
그는 평생 개인전시회를 한번 밖에 갖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가진 것처럼,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완성시키고자 합니다.
그는 입버릇처럼 ‘에뷔테른’에게 “죽어서도 나의 모델이 되어주겠소?” 하며 구애의 속삭임을 던지고 했습니다. 그리고 ‘에뷔테른’ 역시 “신은 천국에 여러 별을 가지고 있으나, 나는 당신이라는 별밖에 없어요.” 라고 화답을 합니다.
에뷔테른은 그 화답의 말처럼 그가 사망한 지 불과 이틀 후 당시 2살 된 딸과 뱃속에 둘째 아이가 만삭인 상태에서 “천국에서도 당신의 아내가 되어 드릴게요.”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아파트 6층에서 투신합니다. 그녀의 죽음은 그들의 잔혹한 사랑과 모딜리아니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동시에 완성시킵니다.
‘에뷔테른’의 목숨을 건 치명적 사랑은 세간의 화제가 되고 결국 그의 작품은 화단에서 인정받게 되었고 미술시장에서 그의 작품을 찾는 수집가들이 생겨납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의 선택을 비난하고 적대적이었지만 10여 년 후, 1930년이 되어서야 ‘잔느’의 묘를 ‘모딜리아니’와 함께 하는 것을 허락해줍니다.
1919년 그린 ‘에뷔테른’의 초상화가 2013년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뉴욕의 한 수집가에게 269만 파운드(약 400 억원)에 거래되는 등 사랑을 무기로 그는 사후에 자신의 작품을 완성합니다.
“‘에뷔테른’과의 전설 같은 사랑이 없었더라면 ‘모딜리아니’는 끝내 주목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라고 평론가들은 말하기도 합니다.
비극적인 사랑을 했던 그들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모딜리아니, 화가이며 1884년 7월 12일 이탈리아에서 출생. 1920년 1월 24일 파리에서 죽다. 이제 바로 영광을 차지하려는 순간에 죽음이 그를 데려가다.
잔 에뷔테른, 1899년 4월 6일 출생. 1920년 1월 25일 파리에서 죽다. 모든 것을 모딜리아니에게 바친, 극단적 희생을 마다치 않던 헌신적인 반려자.
모딜리아노의 작품의 진정한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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