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달 5월을 맞아 살짝 가벼운 주제로 영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이돌 가수란 주로 십대 층이 “우상”으로 취급하고 좋아하는 젊은 가수 혹은 그룹을 뜻하는데요, “아이돌 idol”이란 단어의 원래 뜻은 “우상”이며, 정통 종교가 아닌 존재나 물건을 신성시하고 섬기는 대상을 뜻하기 때문에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사실은 거부감을 느끼셔야 하는 단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 열풍을 가지고 사실상 대한민국의 “아이돌 가수”의 시초가 된 이후로, 최근의 엑소와 방탄소년단 등까지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인기를 얻어오고 있죠. 이들 아이돌 가수들과 그들의 노래 안에 숨어있는 영어를 찾아보는 순서를 가져보겠습니다.
우선, 아이돌의 시초인 “서태지와 아이들”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저는 서태지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습니다만, 영어 강사로서 서태지에게 고마운 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서태지의 노래 중에 “컴백홈”이라는 곡이 있는데요, 제목도 “Come back home” 이고, 노래 가사도 “You must come back home~”하는 대목이 하이라이트로 반복됩니다. 서태지 덕분에, 대한민국의 구백만의 십대들이 “home” 이라는 단어는 “집”이라는 명사뿐만 아니라, “집으로”라는 부사로도 쓰인다는, 다시 말해서, Come back “to” home이 아니라, Come back home이라고 하면 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곤 했었죠.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을 거느린 대한민국 최대 연예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성공 밴드인 H.O.T.는 활동 당시에 “에쵸티”라고 불리곤 했지만, 이 팀의 이름은 High-five Of Teenagers, 즉, 십대들의 하이파이브(승리)라는 구문을 약자만 딴 이름이라고 합니다. (살짝 억지스러운 면이.. ^^;) 역시 SM의 대표 선수였고, 최근에 데뷔 20주년 컴백 소식도 있었던 S.E.S의 이름은 시시하게도, 팀의 멤버인 바다(Sea), 유진(Eugene), 슈(Shoo)의 이름 이니셜이었죠.
데뷔 후 해체없이 최장수 아이돌로 활약하고 있는 “신화”는 영어 이름도 “Shinhwa”로 쓰고 있지만, 신화라는 뜻의 영어 단어는 Myth와 Legend 두 개가 있습니다. Myth는 “그리스 로마 신화” 등에서 쓰는 신화라는 뜻으로, “지어낸 이야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흔히 “오해/잘못된 생각”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 단어이고요, Legend는 “살아있는 전설 a living legend” 혹은 “중소기업의 신화 legend of small businesses”와 같은 경우에 쓰는 “전설/신화”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아이돌 가수 생각을 하던 중 언뜻 떠오른 생각인데요, 대한민국 대표 아이돌 그룹 중 하나인 “빅뱅”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큰 탕”(bang은 탕! 하고 권총 쏘는 소리를 뜻합 니다.)이라는 뜻이 되어서 생각보다 엉뚱한 이름이네.. 하고 혼자 웃었습니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듯, 빅뱅의 리더인 지드래곤은 본명이 “권지용”이어서, G-드래곤은 “지”의 G, “용”의 “dragon”을 합친 이름으로, 지드래곤은 애매하게 권지용 군의 본명이나 다름없는 셈이 됩니다.
그런 한편 2000년대 후반에는 걸그룹의 전성시대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필두로 포미닛, 투애니원, 티아라, 카라, 애프터스쿨 등이 인기몰이를 했었죠. Wonder Girls는 전 세계적으로 “Nobody” 열풍을 일으켰는데요, “I want nobody, nobody, but you.”하는 가사는 전 세계 누구나 다 따라 하는 구절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but”은 “except for ~를 빼고는” 이라는 뜻으로 쓰인 단어입니다. 즉, “너 말고는 아무도 원하지 않아”라는 뜻이 되지요.
“소원을 말해봐”라는 소녀시대의 대표곡은 일본에서 “Genie”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었습니다. 알라딘에 나오는 “소원 들어주는 존재 지니”를 뜻하는데요, 램프를 문지르면 나타나서 “소원을 말하세요”라고 말하는 수호신 이름이 지니입니다. 그래서 “소원을 말해봐”라는 가사와 제목을 “Genie”로 바꾸고 뮤직비디오도 알라딘의 램프 컨셉으로 만들었던 전략은 꽤 센스있었다는 기억입니다. 다만,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 나서하는 말은, “Your wish is my command.”로서, “당신의 소원은 내게는 명령입니다.”라고 직역할 수 있습니다.
“뽀삐 뽀삐 뽀삐 ~”로 삼촌 팬들의 인기를 한가득 받았던 “티아라”의 영문 팀명은 “T-ara” 이지만, 영어 단어 “티아라”의 올바른 스펠링은 “tiara”로, 미녀 대회 같은 곳에서 1등을 했을 때 쓰는 것 같은 “작은 왕관”을 뜻합니다. 서태지나 원더걸스 등 제대로 된 영어 표현을 사용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하는 아이돌도 있습니다만, 포미닛은 그 반대의 경우여서 염려가 되는 경우입니다.
4 minute은 보통 노래 한 곡의 길이인 “4분” 안에 청중을 사로잡겠다는 뜻으로 썼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4분”은 “4 minutes”하고 복수로 써야 하는데, s를 빼먹고 써서 영어를 배우는 십대들에게 그릇된 습관을 심어줄까 염려가 되는 것 이죠. (노래와 춤은 참 좋은데 말이죠.)
투애니원은 “21”이라는 숫자를 영어로 읽을 때 나는 소리와 “twenty one” 혹은 “누구에게나”라는 뜻의 “To Anyone”을 읽을 때 나는 소리 모두를 뜻할 수 있는 참신한 말장난으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To Anyone”은 투애니원의 첫 번째 미니앨범 제목이라고 합니다.
애프터스쿨 after school은 잘 아시다시피 “방과 후”라는 뜻으로, school, work, home과 같은 단어들은 앞에 a(n)나 the와 같은 관사가 없이 쓴다는 점을 주목하신다면, “before work 업무 이전에,” “at work 직장에서 근무 중인,” “after work 퇴근 후에”와 같이 응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at home, at school, at work and on the go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이동 중에도”와 같은 구문으로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대표주자인 엑소 Exo는 이름에 Ex-라는 라틴어 계열의 접두어가 눈에 띄는 팀입니다. Ex-라는 접두어는 out (of)라는 뜻을 가지며, 뒤에 오는 글자에 따라 es-, ec-, e- 등으로 변형하는데, export 수출, expatriate 해외파견자, escape 탈출, exodus 대탈주, emit 발산하다, eject 내뿜다 등등 수많은 단어에 붙어 있으니, 다음번에 ex- 접두어가 붙어 있는 단어를 만나시면 out (of)라는 뜻의 접두어라는 점을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방탄소년단”의 “방탄”은 영어로 “bullet-proof”라고 하며, “총알을 맞아도 끄떡없는”이라는 의미이지요. 그러니까 “~해도 끄떡없는”에 해당하는 표현이 “~proof”이어서, “water-proof”는 “방수”라는 뜻이 되고, “fool-proof”는 “바보여도 끄떡없이 이해할 만큼 쉬운”이라는 뜻으로 쓰는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