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5,Monday

PHONICS 의 달인

영어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중요성을 역설하다가 간혹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독서해야 한다고 하니, 아직 글을 읽을 수 없는 아기 친구들을 영어 도서관에 보내는 경우를 본다. 물론 엄마가 아이에게 영어 동화를 읽어 주거나 CD를 틀어 주거나 하는 환경은 앞으로의 영어 독서에 밑거름이 되므로 옳다. 그러나 궁극의 독서는 혼자 잘 읽는 것이다. 혼자 즐겁게 독서하기 위해서는 글자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Reading’이라고 쓰여진 것을 보고 ‘리딩’이라고 발음해야 하는 것이다. 읽지 못하는 친구들이 잘못된 경로를 통해 영어독서를 시작할 경우 시간 낭비, 돈 낭비는 물론 영어를 싫어하게 되기도 한다. 고로 이번에는, 독서를 잘 하기 위한 필수 단계이며 글자와 소리의 관계를 배우는 과정인 Phonics에 대해 얘기해 보자.

Phonics는 재미가 없다.

맞다. Phonics를 배우는 과정은 재미가 없다. Phonics교재들을 들여다보면 총천연색의. 그림이 가득해 흥미진진해 보이지만, 실제로 Phonics학습의 요체는 Alphabets만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다. Phonics학습에 엄격한 선생님들은 아예 교실에서 그림을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학습자가 글자를 보고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연결된 단어를 암기하게 된다면 학습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항목에서 더 자세한 얘기를 하겠다. 아무튼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Phonics학습은 화학 주기율표를
외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규칙이 있으니 그 규칙을 알고 외워야 하는 문법인 셈이다. 보통 Phonics를 시작하는 연령이 5세, 6세 인 것을 감안하면 재미없는 Phonics수업은 아이들에게는 수면제이다. 이 친구들은 재미가 없으면 배우지 않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Phonics수업은 말도 못 하게 재미 있어야 한다. 선생님이 그림 한 장 안가지고 들어가도 엄청나게 재미 있어야 한다.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수업은 반드시 학습동기를 부여할 만한 게임 형태이어야 하고, 게임이 되려면 또래들과 자극을 주고받는 그룹 형태 이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Phonics 수업은 그룹 안에서 무궁무진한 게임을 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게임을 했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지만 사실은 셀 수 없이 많은 반복을 통해 그 날의 lesson을 장기기억에 담아 돌아가는 것이다.
Phonics를 선생님과 일대일 과외로 배웠다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둘 중 하나이다. 읽을 수 있지만 영어를 싫어하거나 오랜시간 투자에도 불구하고 못 읽거나.

 

Phonics는 단어를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소리를 배우는 과정이다.

Phonics는 글자와 소리가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그림 카드를 들고 수업을 진행한다. 사과가 그려진 그림 카드를 들고 ‘애플’이라고 말하게 하는식이다. Picture naming을 phonics 수업이라고 착각하는 일례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phonics는 그림을 보고 단어를 암기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alphabets이 어떤 소리를 내고 어떻게 결합하는지 배우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phonics수업 시간에는 그림 카드 대신 글자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단어는 faneaks, reeeding과 같은 사전에 없는 단어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어의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맞는 소리를 낼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한 번은 phonics클래스 학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아이가 책에 단어를 써 왔는데 사전에도 없는 말도 안 되는 단어를 써 왔다는 것이다. 어떻게 영어 학원에서 틀린 단어를 가르쳐 주냐는 내용이었는데, 사실 이건 phonics학습을 할 때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자료를 수업에 활용한 선생님을 칭찬해야 한다. 레벨 테스트를 할 때에 그림이 전혀 없는 단어들만 펼쳐 놓고 아이들이 읽도록 하는데, 대부분의 학부모가 결과에 참담한 기분을 느낀다. 틀림없이 다 읽을 줄 아는 단어인데, 테스트라 긴장해서 잘 못 읽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못 읽던 아이들 대부분은 그림을 곁들여주면 금세 읽는다. 사실은 그림으로 소리를 연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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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nics규칙을 배웠다고 해서 다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honics과정을 다 마쳤다고 하더라도 Phonics규칙만을 적용해서 읽을 수 없는 단어들이 많다는 것을 학부모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단모음, 장모음, 혼합 모음, 혼합 자음을 다 학습했지만, 규칙을 벗어난 단어들은 넘치고 넘친다. 몇 해 전에 TESOL conference에 참여했을 때 이 Phonics규칙의 한계를 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어를 읽으려는 전 세계 학생들은 모두 같은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phonics학습을 보완하는 장치로 sight words를
활용해 볼 수 있다. 미국 교과 과정을 들여다보면 초등 3학년 까지의 교재 50%~70% 가 sight words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Sight words란 우리 말로 굳이 표현하자면 통문자 정도가 되는데, 자주 봐서 저절로 소리와 글자를 인식하게 된단어들을 의미한다. you, me, she, know, look 등 이 그 예이고 일반적으로 약 1000개의 단어가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Phonics를 학습 할 때 sight words학습을 같이 병행하면 후에 문장을 유창하게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다양한 감각 채널을 사용해야 학습 효과가 배가 된다.

Phonics수업을 단지 따라 읽기 혹은 말하기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떠한 학습이든 쓸 수 있는 모든 몸의 기관들을 활용해 학습하는 것이 좋다. 듣고, 말하고, 보고, 읽고, 쓰고 다양한 감각을 사용해야 더 잘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Phonics를 학습할 때 소리를 써 보게 하는 것은 손가락 근육을 키워 줄 뿐만 아니라 배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장기 기억에 저장한다. 이 때 반드시 철자가 맞는 단어를 써야 할까? 그렇지 않다. phonics학습에 한창인 한 친구에게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물었더니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해서 써 보게 했다. ‘dizainer’라고 써 놓았다. 철자 완전히 틀렸지만, 소리로는 옳다. 잘 배우고 있는 증거이다. 아이가 연필을 쥘수 없을 만큼 어리다면 태블릿을 활용하거나 색연필을 쥐어 주면 된다. 금새 alphabets을 사랑하게 된다 .
아이가 영어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막막함을 학부모라면 대부분 이해한다. 집에서 가르치자니 자신이 없고, 학원에 등록하자니 확신이 없고. 여기 저기 수소문해 보다가 그래도 이름 있고 큰 데가 잘 가르치겠지 라고 생각하고 덥석 등록하기도 하고, 일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잘 읽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 어른 역시 아이들과 똑같은 실수를 하고 거듭된 실패를 통해 반복해서 배운다. 인간에게 실수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며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큰 손실이다. 그래서, 두 번 실수 하지 않기 위해 학부모도 아이들처럼 공부해야 한다. 학부모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는 이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벗기가 힘들고 엄마의 실수는 아이의 실수가 되기 때문이다. 학부모인 이상 평생 학습은 이미 주어진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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