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은 9년 전 홍대앞 만화방에서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전편을 다 읽은 그는 뱀처럼 살아 꿈틀대는듯한 쇳덩어리 열차와 그 안에서 바글거리는 사람들의 강렬한 이미지에 매료돼 영화화를 결심했다. 원작의 위대한 발상에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상상력이 덧붙여져 완성된 ‘설국열차’는 세계를 유지하는 질서와 인간존엄에 대한 가치를 싣고 끝없이 달린다.
인간이 자초한 새로운 빙하기인 2034년을 배경으로 노아의 방주격인 윌포드 열차에 탑승해 18년째 살고있는 최후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열차는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다. 그 곳에는 힘있는자와 없는 자, 부자와 가난한 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나간다. 힘있는 자는 힘 없는 자들을 이용하고 힘없는 자들은 반란을 꿈꾼다.
반란을 꿈꾸는 꼬리칸의 리더 커티스 역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는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의 멀끔한 꽃미모를 숯검댕으로 뒤덮은 채 거친액션과 깊은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또 윌포드의 총리 메이슨역의 틸다 스윈튼은 코를 들창코로 세우고 틀니를 착용하는등 파격적인 외모 변신과 함께 개성넘치는 강렬한 연기로 영화에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열차의 창조자이자 엔진을 보살피는 절대자 윌포드 역할을 맡은 에드 해리스는 비록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또 꼬리칸의 정신적 지도자 길리엄역의 존 허트도 절대자 윌포트와 균형을 맞추며 작품의 무게감을 더한다.
커티스의 오른팔 에드가(제이미 벨), 빼앗긴 아들을 향해 돌진하는 타냐(옥타비아 스펜서), 열차에서 태어나 자란 17세 소녀 요나(고아성)까지 단 한명의 캐릭터도 놓칠 수 없다. ‘설국열차’ 는 봉준호 감독의 위대한 상상력에 각양각색 캐릭터가 더해진 완벽한 영화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 특유의 ‘봉테일’도 살아있어, 영화속 숨겨진 재미를 찾는 것도 쏠쏠하다. 지루할 때 쯤이면 커티스를 중심으로 한 액션신도 등장한다. 그러다보면 열차에 탑승한 125분이란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