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방향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해봤습니다.
이제 12월이 되었으니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는 연말타령을 해야할 것인지, 혹은, 벼락같이 진행되고 있는 한인회장 선거판에 훈수를 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한-베 FTA발효에 따른 효과를 짚어봐야 하는지, 고민을 해보지만 선뜻 이거다 하고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다 다루어야 할 사안이긴 하지만 손이 잘 안나가는 소재들입니다. 이런 고민을 자조적 핑계로 삼아, 보지 않아도 너무나 아프게 잘 꽂히는 편집부의 눈총을 외면해 오다가 오늘 제대로 편집자들에게 공격받았습니다. 조금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눈총을 피해 소라쇼핑 사무실로 가다가 행로를 바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글을 쓸 때는 집이 제일 편하고 또, 자유롭고 하죠.
연말, 한인회장 선거, 한베 FTA, 그 정도인데, 그중에 첫번째 ‘연말’은 너무너무 그리고 너무 식상하지 않나? 다음 주제, ‘한인회장 선거’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정도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루어야 할 사안이지만 이 사안의 진행은 너무나 빨라서 격주간 발행되는 레포터로는 자칫하다가 철 지난 소리하기 십상이다.
그러면 나머지는 한베 FTA 발효 소식인데, 이건 아주 긍정적인 주제입니다. 우리 미래의 모습에서 베트남의 자리가 더욱 커질 것이고 이곳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좋은 소식 아닌가요? 그런데 조사가 방대하고 무엇보다 글 쓰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집중이 안됩니다.
결국 게으른 글쟁이의 결론은 상식적인 사고로 글을 마칠 수 있는 소재인, 한인회장 선거로 돌아갑니다.
지난 11월 23일 선관위 구성되고 그 일주일 후인 11월 30일 후보자 및 대의원 등록 마감. 벌써 마감되었네요. 두 후보측에서 등록을 대행한 대의원 수는 도합 2천여명으로, 한 명의 후보가 다른 후보보다 조금 더 많은 대의원을 등록시켰다고 합니다. 대의원 등록비용은 일 인당 백만동이라고 합니다. 투표자격을 얻는 비용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네요. 그리고 12월 1일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는데 정작 아무도 선거운동을 안합니다. 아니 못하는 겁니다. 등록된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하는데, 자신의 지지자로 등록한 대의원을 뺀 나머지 대의원들의 명단은 열람이 가능하지만 개인신상 보호차원에서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만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것이 각 후보자 측의 푸념입니다.
이렇게 선거 제도가 등록한 대의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간접 선거 방식으로 바뀐 것은 지난 해 3월 한인회 총회에서 이루어진 정관 개정에 따른 것인데 이 제도대로 치루는 첫 선거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들이 드러납니다.
첫째, 대다수의 교민들이 투표권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선거에 참여 못하는 교민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둘째, 대의원 등록을 후보자와 같이 마감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사전 선거 운동을 하지 않고는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을 모아 등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선거의 승부는 대의원 등록을 누가 대신 많이 해주느냐와 선거 당일 어느 후보측 대의원이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선거 제도의 합법성 여부를 접어두고라도 많은 논란의 요소를 안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회장이 누가 되든 다음에는 좀 제대로 된 판을 한번 준비해주시기 기대합니다.
이런 질문 어떨까요?
당신이 한인회장이라면 어떤 일을 하겠습니까?
이 질의에 대하여 대 교민 설문지를 돌려서 나온 수 많은 사례 중에서 가장 부질없는 제안을 하나 골랐습니다. (비공식 자의적 소스이니 참조에 전혀 문제가 없음) .
제일 먼저, 취임 축하 파티를 한 판 걸지게 연다. 통상적으로 새회장의 임기가 년초부터 시작되니 곧 설이 다가옵니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여 그 설날 잔치에 회장님 취임 축하 젓가락을 하나 더 놓고, 교민사회 어르신들 모시고 큰절 올리는 사진을 모든 교민지에 다 실리도록 만들면 일단 새로운 회장으로서 출발의 예의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회장으로써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교민들의 눈과 귀에 한인회 모습과 소리를 자주 들려 줄 것인가를 연구하는 일 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교민 방송국을 하나 만드는 겁니다. 전문 업체와 협의를 하면 뭔가 안나올까? 티비가 안되면 라디오라도 시작을 해보면 어떨가요? 파급효과가 좋지 않겠어요? 홍보, 교민 접근성, 수익성 확보 등 많은 기대치를 가져다 주긴 하는데, 쉽지 않겠죠. 그러나 장기 계획으로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싶습니다. 정 안되면 대안으로 자체 회보를 제작해서 하고 싶은 말 다 공지합니다.
그리고 다음은 교민단체를 상대로 하는 활동을 강화합니다. 한인회장 취임 인사를 명분으로 내세워, 요즘 상례화된 단체장 회의를 개최합니다. 단체장들의 위상에 어울리는 괜찮은 곳으로 초대하여 취임인사도 드리고 각 단체장들과 인적 네트웍을 넓혀 봅니다. 단체장 회의는 호찌민 한인회가 15만의 교민사회를 대표하는 진정한 단체로 거듭나기 위하여 반드시 챙겨야할 가장 중요한 모임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적당한 준비를 선행한 후 범교민 도박 퇴치 캠페인을 제의합니다. 각 카지노 주변에서 교민사회 단체장들이 도박 폐해에 대한 홍보물을 제작 배포하여 카지노에 드나 드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느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카메라를 자꾸 끌어 옵니다. 교민의 감사인사가 들어 온다면 대박입니다.
그리고 다음 차례는 우리교민들 자신의 모습 보기입니다. 한국의 위상을 지키자라는 카피를 내세워 대 교민 행동개선 운동을 시작합니다. 홍보물을 만들어 뿌립니다. 홍보물을 만들 때, 실제로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고 현지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취재시 기록된 생생한 인터뷰 현장의 모습을 홈페이지에 담아두고 홍보 인쇄물에 이와 연결될 QR 코드를 심어 줍니다. 자연스럽게 호응이 많아지고 또, 한인 홈피가 분주해 질 것입니다.
일단 사람들이 모이면 이긴 겁니다.
그때부터는 열의가 좌우합니다.
두 후보자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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