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에서 근무하다보면 국내외의 의뢰인들로부터 채권 추심(Debt Recovery)과 관련한 문의를 받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이에 관한 안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사업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실적과 직접 연결되는 매출 못지 않게 매출 채권에 대한 회수도 중요한 문제인데, 채무자가 약속한 기한까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이라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채권자가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법 외적인 수단을 모두 강구하였음에도(종종 채권 추심 과정에서 채권자의 폭행, 협박 등이 문제되어 오히려 채권자가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있으니 법적으로 허용된 테두리 내에서 채권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채권 추심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정에 근거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실로 중대한 결정이 아닐 수 없고 채무자에게도 적지 않을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법적 절차인 소송이 이 같은 중대성과 부담감을 띄고 있는 만큼 그 결과의 구속력도 또한 강력합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적절한 법적 절차 개시를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법적 절차를 진행하여 채권을 추심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계약이 외국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는 각 국의 국제사법의 적용 기준에 따른 관할 및 준거법 등을 소송 수행 시 고려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일단 본 칼럼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를 배제한 상태에서 베트남 법원을 관할 법원으로, 준거법을 베트남 법률로 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가정 하에 베트남에서 채권 추심 시 고려할 사항들에 대하여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채무자의 책임재산 및 책임재산의 소재지
채권 추심을 위한 민사소송의 일차적 목표는 법원을 통하여 채권자의 채권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이행청구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무일푼이라면 아무리 채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았더라고 집행할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없게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는 베트남에서 채권 추심을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소 제기에 앞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결국 민사소송의 궁극적 목표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을 통한 채권의 만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채무자가 책임재산이 있더라도 동 책임재산의 소재지가 베트남이 아닌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베트남에서 받은 판결의 집행을 위하여 책임재산 소재지 국 법원에서 베트남 판결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베트남 판결이 한국에서 당연히 인정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소위 상호보증)
그러나 소위 뉴욕협약에 가입되어 있는 가입국 사이에서는 국제중재원의 중재판정에 대하여는 자국내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자칫 한 국가의 법원에서 받은 판결이 다른 국가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체결 시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 한국이나 베트남의 저명한 국제중재원을 관할로 합의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없더라도 베트남 민법상의 제소기간 도과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압류
가압류란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행하는 보전처분의 일종입니다. 즉 소송 중에 발생할 지 모르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의 산일을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하게 행해지는 사전 보전 절차인데 베트남은 한국에서 인정되는 가압류와는 다른 면이 많습니다.
베트남 법원에서는 채권자가 소구 채권에 관하여 확실한 입증을 하지 못하거나 소송가액과 동일한 금액(다만 실무상으로 소가의 20% 내외의 현금공탁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을 공탁하지 않으면 가압류를 받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 민사소송법은 공탁의 목적물을 금전 등으로 한정함으로써 한국과 같은 보증보험증권을 통한 저렴하고 간이한 공탁 방법이 없어 실무상으로는 많이 이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가압류는 최소한 소제기와 동시에 하도록 하고 있어, 신속성을 요하는 보전처분으로서의 의의가 상당히 반감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의 책임 재산이 베트남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최대한 신속히 소송을 진행할 필요가 있고, 가압류할 여력과 조건을 갖추었다면 가압류를 활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채권 추심을 위한 제소 기한
한국의 경우 채권의 종류에 따라 일정 기간 이상 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이 시효완성으로 소멸하는 경우가 있는데, 베트남은 한국과 달리 별도의 소멸시효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는데, 민사계약에 따른 분쟁해결에 대한 소는 법적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일로부터 일정 기간 안에 제기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법인의 법적 권리 및 이익을 침해 받은 때로부터 2년 내에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는 앞서의 실체법적인 권리가 소멸되는 소멸시효라기보다는 법원의 조력을 받기 위해서 소를 제기 하야야 하는 기간, 즉 제소기간이라고 봄이 타당하겠습니다.
따라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도 자칫 제소기한의 도과로 소송을 제기할 기회마저 잃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이 점에 대한 주의를 요합니다.
계약서 상의 분쟁해결 방법에 관한 합의
통상 거래와 관련하여 서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분쟁의 해결에 관한 계약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분쟁 해결에 관한 조항에 들어가는 주요 내용은 관할과 준거법에 대한 합의입니다. 세계 각국은 다른 국가의 재판을 자국내에서 인정하는 것에 상당히 소극적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소위 뉴욕협약에 가입되어 있는 베트남, 대한민국을 포함한 가입국 사이에서는 국제중재원의 중재판정에 대하여 자국내에서 인정하므로 분쟁관할기관 결정할 시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사항인 것으로 보입니다.
준거법은 계약을 해석 적용할 법률을 정하는 문제인데, 통상은 베트남 법률에 따르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베트남 법상 베트남에서 체결되고 전적으로 베트남에서 이행되는 계약은 베트남 법에 따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베트남 법률의 적용을 피하고자 하는 경우 계약서 내에 계약체결 장소를 한국 등 베트남 외의 국가로 정하여 명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재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도록 정한 경우에는 준거법을 자유로이 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트남에서의 채권추심 시 고려하여야 할 점들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 보았습니다. 분쟁 발생 전 즉 계약서의 체결 시점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을 하나만 더 말씀 드리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가 베트남 법에 따라 유효하게 작성되고 체결된 것임을 베트남 법원에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베트남 법원에서는 분쟁의 내용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형식의 적법성 (적법한 서명권자, 공증 여부, 복본 등)을 중시 여기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점을 사전에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는 경우 추후 분쟁 발생 시 정당한 권리자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무효로 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이 점 특히 유의하여 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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