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인물들, 보는 순간폭소가 터져 나오는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 민망하지만 묘한 쾌감을 안기는 욕설과 대사, 죽음과 삶을 대하는 주인공의 자세가 보여주는 교훈 등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라 불릴 수 있는 영화가 11월 베트남 상륙했다. 이는 충무로 대표배우 하정우가 배우 데뷔 10여 년 만에 연기가 아닌 연출로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아바타 ‘롤러코스터’를 탄생시킨 소식을 알리는 것이다.
영화 ‘육두문자맨’으로 일약 한류스타가 된 마준규(정경호).비행 공포증, 편집증, 결벽증까지 갖출 건 다 갖춘 마준규는 일본 활동 중 터진 여자 아이돌과의 스캔들로 급하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어딘가 오버스러워 보이는 승무원들과 파파라치보다 무서운 사상 초유의 탑승객들.이륙하는 순간부터 언빌리버블한 상황들의 연속 속 기상 악화로 비행기는 두 번이나 착륙에 실패하고, 설상가상으로 연료가 다 떨어져가는 가운데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비행기 사고전후 180도 달라지는 마준규의 행동은 상황에 따라 마음가짐이달라지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추락사고 전 마준규는 실천적인 욕생활로 어디를 가나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그러나 돌연사고를 당하게 되자 그는 기도를 하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회개한다. 때문에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려는 찰나, 180도 다른행동으로 “역시사람은…”이라는 말을 나오게 만든다. 사람은 결코 달라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말만 바뀔 뿐 이라는 가시있는교훈을 전한다. ‘롤러코스터‘는 웃음만 포인트를 둔 건 아니다.
한류스타의 허와 실, 스타를 둘러싼 일반인들의 지나친 관심, 매스컴의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까지 민감한 부분도 부담감 없이 담아냈다. 배우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은 첫 장편영화인데도 ‘롤러코스터’를 통해 우리는 감독 하정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첫번째 연출작으로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선택해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캐릭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하정우는각본가이자 감독으로서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어내고, 상황에 맞게 신들을 능수능란하게 컨트롤하며 생동감 넘치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냈다.
하정우 본인은 ‘롤러코스터’에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많은 ‘하정우’들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영화는 감독을 닮는다는데, ‘롤러코스터’ 만큼 하정우가 잘 담긴 영화는 없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하정우와 2시간에 걸친 긴 수다를 털고 나온 기분이 든다.